[의정단상] 평화의 길은 경기도에 ‘대박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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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의 평창올림픽 이래 현재까지 남·북한, 미국의 주역들이 등장하는 사진을 보면 ‘비현실적’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합성 사진을 보는 것 같다는 말들도 한다. 6·25 전쟁 이래 가장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았던 한국·미국 대 북한의 관계가 대화모드로 급변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빠른 주행 속도에 ‘과속방지턱’의 필요성도 이야기된다.

 

한반도에 평화가 오고,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서 ‘정상국가’로 연착륙하기를 바라는 염원이야 모두 같을 것이다. 하지만 염원이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대신할 수는 없다. 북핵 문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남·북한, 미국의 3자 플레이에 중국도 ‘선수’로 참여하면서 고차방정식 문제가 됐다. 방정식 해법은 복잡하지만 우변은 고정돼 있다. 그것은 바로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이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에 응한다고 하면서 그 대가로 요구할 ‘경제적 보상’이다. 북한은 핵무기·로켓 기술을 가장 비싸게 팔려고 할 것이고, 다른 당사국들은 최대한 깎으려 할 것이다.

 

그래서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극적인 합의안이 도출되면서 남북한이 평화 모드로 접어들면, 한국 사회는 핵 폐기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둘러싼 갈등이 대두될 수 있다. 민주당 정부는 내부의 정치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나는 그 원칙으로 다섯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군사력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 둘째, 북한의 일부 상층부가 아니라 주민 전체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셋째, 일방적으로 시혜적인 조치가 아니라 조건부로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넷째, 북한을 개혁·개방과 시장경제로 이끄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 다섯째, 한국 경제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사실, 궁극적으로 핵 폐기와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위한 지원은 미래의 통일을 대비해서 ‘통일비용’을 선지출하는 효과를 가진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통일비용’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알러지 반응을 보인다. ‘통일비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재까지 나온 통일비용에 대한 추산을 과도하게 신뢰해서는 안 된다. 통일비용은 주체에 따라서 수백조 원에서 수천조 원까지 열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 어려움에 비할 때 간단하고 단순화된 방식으로 추산된 액수는 참고자료의 의미 이상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둘째, ‘비용’과 그 ‘편익’의 측면을 같이 봐야 한다. 예를 들면, 독일 통일의 경우를 보더라도 통일비용의 상당액은 동독의 교통망 건설에 투입됐다. 한국은 북한의 철도와 도로가 정비된다면 육로가 대륙으로 연결되면서 물류비용 등이 획기적으로 절감된다. 이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 강화에 적지 않은 편익을 제공한다. 통일비용은 북한을 위해 일방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아니다.

 

셋째, 미래를 위해서 통일비용이 든다면 현재에는 ‘분단비용’이 든다. 통일비용은 현재를 적극적으로 바꾸는 행위다. 이는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발생하는 손실로서, ‘작위에 의한 손실’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당장 추가로 지출되는 것이 보이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분단비용’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고도 발생하는 손실로서 ‘부작위에 의한 손실’로 볼 수 있다. 이미 지출을 하고 있는 것이기에 여기엔 둔감해진다. 필요 이상의 국방비를 비롯한 이미 제도화된 수많은 지출이 있다. ‘통일비용’은 이 ‘분단비용’과 같이 놓고 판단해야 한다.

 

나는 ‘통일비용’의 개념을 ‘통일투자’, ‘한반도번영투자’로 바꿔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는 ‘통일투자’는 사실상 한국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프라 보강 비용이며, 통일 후 필수적인 투자를 선집행하는 것이다.

 

학교에 다닐 때 경기도는 중부지방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분단이 장기화하면서 경기도는 현재는 남한의 ‘북부지방’에 속하게 됐다. 남북한 평화번영의 시대가 된다는 것은 경기도가 한반도의 중심인 ‘중부지방’이 되는 것이며, 대륙으로 가는 요충지가 된다는 의미도 지닌다. 우리는 더 좋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남북한의 평화번영 시대는 경기도에 또 한 번 도약의 조건을 제공할 것이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안양 만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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