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앙당 인터넷까지 가세한 ‘비방전’/경기도민이 왜 이런 선거를 봐야 하나

민선 도지사 선거 정책 실종
경기도민의 품격 생각해봐야

경기도지사 선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연일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른다. 남경필 후보의 이름도 덩달아 주요 검색어가 되고 있다. 요 며칠 흐름만으로만 보면 단연 전국 최대 격전지다. 드루킹 사건으로 핵심 이슈에 올라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도 이재명ㆍ남경필 후보보다 쳐진다. 서울 시장 선거에 나선 박원순, 김문수, 안철수 후보도 압도하고 있다. 이쯤 되면 경기도지사 선거가 전국 선거를 주도하는 것일까.

천만에다. 안타깝게도 그 내용이 부끄럽기 짝없다. 욕설과 비방, 마약과 비방이 주제다. 불을 그어댄 건 자유한국당이다. 당의 공식 홈페이지에 이재명 후보의 욕설 파일을 공개했다. 이른바 ‘형수 욕설’로 알려진 내용이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 측은 흑색선전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안 그래도 이번 선거는 유권자 관심에서 멀다. 기본적으로는 심하게 기울어진 판세 때문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야당 후보에 크게 앞서간다. ‘해보나 마나’라는 의식이 유권자 심리에 팽배한 게 사실이다.

여기에 메가톤급 이슈가 덮쳤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정무위원장이 만드는 신경전이다. 트럼프의 ‘북미회담 파기’ 선언과 북한 김계관의 ‘회담 개최 희망’, 이어 나온 트럼프의 ‘재고’ 언급이 모든 이슈를 삼켰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사실상 선거가 끼어들 틈이 없다. 한참 달아올라야 할 선거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이 상황이 최악으로 덮친 게 경기도지사 선거다. 안 그래도 관심 없는데, 이전투구의 비방전까지 겹쳤다. 이재명 후보의 복지 공약이나 남경필 후보의 대수도론은 전혀 주목받지 못한다. 본인들부터 정책 선거를 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선거전부터 서로 공격을 취하며 상대를 선택하듯 했던 둘이다. 겨우 이런 모습 보여주려고 골라잡으려 했던 것인가.

역대 경기지사 선거에서 이런 모습은 없었다. 김문수 의원과 진대제 장관이 붙었던 2006년, 여권 견제 주자냐 반도체 신화 주인공이냐는 이슈가 있었다. 남경필 후보와 김진표 후보가 격돌한 2014년 선거, 차세대 주자냐 경제 부총리냐는 주제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경기도민들에게 참담한 선택을 던져 놓고 있다. 선거의 품격이 곧 유권자의 품격이라 했는데, 우리 경기도 유권자의 품격을 왜 이렇게 추락시키나.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고, 분노스러운 경기지사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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