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단·화합이 어우러진 파주시 판문점 / 세계적 관광 도시로 만들 작업 시작하자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판문점
안보 관광에서 평화 관광으로
道ㆍ市, 軍 함께 머리 맞대야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일까. 아니다. 지금부터 해도 충분치 않다.

판문점의 가치는 분단 이후 65년간 한결같았다. 분단의 현실과 이산의 한으로 정리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현실과 한이 관광 자원이었다. 유엔군과 북한의 살벌한 정전 회담을 보여줬다.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는 이산 가족들에겐 망향의 끝점이었다. 앞의 것을 안보 관광이라 했고, 뒤의 것을 실향 문화라 했다. 이러다 보니 관광객의 대부분이 내국인이다. 2017년 판문점 파주시를 찾은 800여만명 가운데 외국인은 88만여만명 뿐이다.

그 판문점을 지금 세계인이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렸다.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이 회담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이어 지난 5월26일 2차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이번에는 북측 지역 통일각이었다. 그리고 성 김 주필리핀 대사 등 미국 협상단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등 북한 협상단이 다시 이곳에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팀이…북한에 도착했다”며 판문점을 세계에 알렸다.

판문점은 세계인에게 무명지다. 그 현실을 보여주는 적나라한 자료가 있다. 해외문화홍보원이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한 외신 보도를 점검했다. 253개의 외신 기사 가운데 313개의 오류가 있었다. 어떤 외국 언론은 파주시에 있는 판문점을 개성시에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미 실무 회담 소식은 세계로 타전되고 있다. 그 속에서 판문점과 파주시가 얼마나 제대로 전달될지 우려스럽다. 우리가 경기도와 파주시의 역할을 재촉하는 이유다.

물론 판문점 관광 정책이 없지는 않았다. 판문점은 제3 땅굴 등과 함께 안보 관광지로 관리돼 왔다. 하지만, 이런 관광 정책의 기본 틀을 통째로 바꿔야 할 필요성이 이번에 생겼다. 안보 관광이 아니라 전쟁과 분단, 화합과 평화가 함께 하는 국제 관광지로 키워야 할 기본 목표 설정이 필요해졌다.

세계인이 찾는 평화 관광의 도시는 독일 베를린이다. 전쟁과 평화, 분단과 화합의 역사가 간직된 세계적 관광지다. 절로 된 것이 아니다. 베를린 국제영화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는 문화가 뒷받침하고 있다. 베를린 돔, 전승 기념탑이라는 랜드마크가 상품이 되고 있다.

우리 판문점이라고 못할 게 없다. 남북 회담, 북미 회담이 평화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지금이 그 적기다. 멀게는 평화 관광 도시로의 로드맵을 마련하고, 가깝게는 외신의 비치는 판문점의 모습을 다양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한 경기도와 파주시, 그리고 군(軍)의 논의 자리가 시급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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