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한 자주포 폭발 사고로 온몸에 화상을 입은 이찬호씨 사연에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다. K-9 자주포 사격훈련 중 폭발 사고로 이씨는 몸의 55%에 화상을 입었고 얼굴 부분도 심한 골절상을 당했다. 수차례 사경을 헤매며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제대로 서있지도 못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다. 이씨는 어린시절부터 키워왔던 배우의 꿈을 포기했다.
군에서 사고가 난지 오래지만 이씨는 최근에서야 전역을 했다. 군인 신분이면 치료비가 전액 지원되지만 전역하면 국방부 지원이 보장되는 6개월 후에는 치료비 지원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국가유공자로 지정하지 않으면 6개월 뒤에는 국가로부터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민간병원에서 화상치료를 받아온 이씨는 장기간 화상전문 치료가 필요하다. 2년 이상 꾸준히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인데, 전역 이후 치료비 지원에 대해 국방부는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는 모호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씨의 경우 매달 300만~500만 원의 치료비가 들어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병원비가 만만치 않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아 가족 모두가 걱정이다.
이씨의 억울하고 답답한 사연을 한 시민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지난 25일 기준 20만명을 넘어서 청와대 관계자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찬호씨도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사고가 난 지 어느덧 9개월이 지났지만 아무런 보상과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이 없다”며 장문의 글과 사진을 게시했다. 이씨 가족은 언론 인터뷰에서 “병원비 문제 때문에 전역을 미뤄왔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 이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최근 전역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군 복무를 하다 일어난 불의의 사고에 대한 치료는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게 대다수 국민 생각이다. 사고로 생명을 잃거나 다치면, 왜 사고가 났는지 진상을 밝히고, 보상을 하고, 나을 때까지 치료비를 지원하는게 기본 상식이다. 그런데 현실은 죽은 사람, 다친 사람만 억울하게 돼있다. 나라 위해 헌신한 대가를 이런 식으로 해선 안 된다.
지난해 자주포 사고 때 3명이 숨졌고 이씨 등 4명이 다쳤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당시 “불의의 사고를 입은 장병들은 국가가 책임지고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지난해 부상 전역병의 장애보상금 인상, 진료선택권 보장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군인재해보상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약속과 관련법이 무색하게도 현행 제도는 여전히 엉터리에 허점투성이다. 다시 점검하고, 분명하게 책임질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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