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지인과 소주 한잔하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그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1년 전부터 기업 확장을 위해 사업 계획을 세웠는데 모두 포기했다”.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지만 그의 말끝은 “기업하기 어려워. 이젠 회사를 접어야 할 땐가 봐”였다. 경제 관련 관계자나 기업인을 만나 얘기를 해도 결론은 “경제가 힘들어”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해결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성공리에 마쳤다. 더욱이 북미회담을 앞두고 험악해진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전격적으로 이뤄진 북측의 통일각 2차 회담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파격과 반전의 롤러코스터 행보에 국민이 놀라움과 함께 환호했다. “북미회담은 예정대로 이뤄진다”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은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신뢰를 더욱 깊게 했다. 6ㆍ13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의 인기에 맞물려 민주당 선호도는 확고하다. 당내 후보들도 ‘민주당 = 당선’이라는 공식을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는 어떤가. 편의점을 운영하는 옆집 아저씨, 식당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동네 아주머니, 건설현장 근로자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기업들은 친노동정책에 몸을 사리고 자영업자들은 폐점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침몰하는 것은 아닌지 국민은 불안해한다. 그나마 다행일까. 이 정부가 심각성을 인식했다.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열고 정책 방향 재점검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혔듯이 경제정책에 긴 호흡이 필요하고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자리 증가속도가 둔화하고 하위 20%의 가계소득이 줄어 소득 분배가 악화했다.
실업률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정책 기조를 갖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경제에 관한 거시 지표와 국민의 체감 사이에 큰 간극이 있다. 정부출범 1년 동안 경제정책을 어떻게 점검했는지 새삼 궁금하다.
김창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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