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멀쩡… 건물 공사로 물벼락” vs “노후화 탓” 상가 건물 침수피해 ‘공방전’

빌라 신축 과정 담 철거후 발생
구청 “누구 잘못이라고 할 수 없어”

A 빌라와 B 상가 사이에서 ‘땅 꺼짐’ 의혹이 제기되는 장소.
▲ A 빌라와 B 상가 사이에서 ‘땅 꺼짐’ 의혹이 제기되는 장소.
“26년 동안 멀쩡했던 건물인데 옆 건물 공사가 시작되자마자 빗물이 샙니다. 공사 과정에서 땅이 가라앉았기 때문입니다”VS “오래된 건물이라 시설이 열악한 것을 공사 탓으로 돌리는 건 부당합니다. 기존 주차장을 없앨 때 시멘트를 걷어내 빗물이 땅에 흡수돼 피해가 생겼을 뿐입니다”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에 있는 26년 된 상가와 지난 3월 건축허가를 받은 신축 빌라가 ‘침수 피해’를 두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폭우가 쏟아진 지난 17일 상가 지하층에 물벼락이 쏟아진 것이 ‘공사로 인한 땅 꺼짐 때문’이라는 입장과 ‘낡은 건물의 관리 소홀 때문’이라는 입장이 부딪혀서다.

 

31일 권선구청에 따르면 A 빌라는 4월께 공사에 돌입했다. 빌라 옆에는 B 상가가 있고, 공사 전 두 건물 사이에는 하나의 담이 세워져 있었다. 담을 기준으로 오른편 A 빌라 쪽에는 주차장이, 왼편 B 상가 쪽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놓여 있었다.

 

문제는 공사 과정에서 담이 철거되면서 발생했다. 담이 사라지자 지하층에 있던 B 상가 다방의 천장에서 빗물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빗물은 다방과 이웃 노래방까지 덮쳤다.

▲ B 상가 지하에 위치한 노래방이 지난 17일 침수 피해로 벽면에 습기가 차 금이 갔다고 주장.
▲ B 상가 지하에 위치한 노래방이 지난 17일 침수 피해로 벽면에 습기가 차 금이 갔다고 주장.

26년째 노래방을 운영한 C씨는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비 샌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공사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침수가 발생했다. 담을 허무는 과정에서 땅이 기울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당시 저녁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계속 물만 퍼 나를 정도로 피해가 컸다. 지하라 환풍도 어려워 여전히 바닥, 벽면에 습기가 가득하고 기계에도 음향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항의에 A 빌라 측은 폭우 당일 일부 피해 보상을 약속하기도 했다. 다만 D 현장소장은 “진동을 유발하는 터파기 작업 등을 한 적이 없어 땅 꺼짐 현상이 일어날 리 없다. 그럼에도 보상을 결정한 건 도의적 책임 차원”이라며 “B 상가가 오래돼 비를 막을 수 있는 시설이 설치되지 않았고, 그동안은 담이 운 좋게 방파제 역할을 하며 막아왔던 것인데 이를 공사 탓으로 치부하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 30일 현장 점검에 나선 권선구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땅 꺼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A 빌라는 공사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고, B 상가는 건축물 유지ㆍ관리가 미흡해 누구 한쪽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장마 전까지 상황이 해결되도록 꾸준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 지난 17일 빗물이 새기 시작한 B 상가 지하의 다방 천장.
▲ 지난 17일 빗물이 새기 시작한 B 상가 지하의 다방 천장.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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