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준표·추미애 대표의 격한 지방 선거 언어 / 통일로 가는 통합의 길에 장애물 되고 있다

홍 ‘퍼주기식 쇼’-추 ‘한국당 反통일당’
살얼음판 남·북·미 현안에 도움 안 돼
지방 선거가 통일 방해는 하지 말아야

남북 관계를 말하는 한국당·민주당 대표의 언어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지나치게 정치적인데다가 자극적이기까지 하다. 통일이라는 본질적 가치로의 접근은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그저 공격과 반격의 말싸움만 있다.

그 맨 앞에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언어가 있다.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매번 격한 표현을 사용해왔다. ‘보여주기식 쇼’라고도 했고, ‘쇼는 기가막히게 잘하는 문재인 대통령’이라고도 했고, ‘문재인은 김정은 하수인’이라고도 했다.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고도 여전하다. 2일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열린 연설에서는 ‘문재인 정권은 북한 경제 살린다고 난리’라며 비난을 이어갔다.

홍 대표의 이런 언어 선택은 같은 한국당 내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남경필 경기지사를 비롯해 많은 후보자들이 ‘남북 관계가 정상화되기를 바라며, 남북 정상회담의 재개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반 유권자들 사이의 비난은 더 많다. 남북 관계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 허점을 비판하는 정책 야당다운 모습이 없다고 지적이다. 통일은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그리 어렵나. 홍 대표가 자꾸 이러니까 한국당은 물론 보수 전체까지 반(反) 통일 세력으로 몰려가는 것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언어가 품격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1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전인 4월25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연설에서 추 대표는 “한국당은 이 땅에 평화가 오는 것이 그렇게 아니꼽단 말인가”라며 한국당을 자극했다. 최근 들어서는 전국을 돌며 지방 선거 프레임을 ‘통일 대 반 통일’로 몰고 가고 있다. 남북 관계는 청와대가 기획, 연출, 주인공까지 한다. 당은 그 힘의 원천인 국회 다수당의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굳이 추 대표가 지방 선거 현장에서 소유권을 주장할 필요는 없다.

홍 대표도, 추 대표도 틀렸다. 남북 관계는 통일로 가는 큰 길이다. 그 통일을 정치 수단화하면 안 된다. 홍 대표는 적어도 통일이라는 큰 방향에 대해서는 뜻을 함께 해야 한다. 추 대표는 눈앞의 남북 대화 성과를 민주당만의 선거 호재로 무리하게 챙기려 들면 안 된다.

한반도 현안이 얼마나 살얼음판인지 한번쯤 되돌아 보자. 거래의 달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정세에 어떤 주판알을 튕길지 우리는 모른다. ‘회담 안하겠다’는 트윗 한 줄에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남북 정상이 2차 회담까지 해놓고도, 같은 통일각을 오가는 미국 대표 ‘샘킴’의 표정을 살펴야 했다. 회담 재개라는 극적 결과가 나왔는데 이제는 ‘경제 지원은 한국이 한다’는 미국 원칙이 흘러 나온다. 이게 무슨 뜻인지 해석이 안 된다. 이런 고비가 앞으로도 수십번, 수백번 있어야 통일의 1%를 잡는 것이다. 이런 힘든 과정을 시작하면서 여당·야당 가르고, 진보·보수 가른 데서야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홍 대표와 추 대표가 좀 더 분에 맞는 ‘지방 선거 언어’를 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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