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입맛에 맞는 통계방식의 최후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근거자료는 통계청 통계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통계가 입맛에 맞게 가공된 자료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홍 수석은 1분기 개인 근로자 소득이 최하위 10%를 뺀 나머지 90%에서 모두 늘었다고 했는데, 전국 8천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에 근로자만 추려서 개인 단위로 바꾼 통계를 내놨다.

근로소득이 없는 실직자나 구직 실패자,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모두 빠져있다. 취업자 4명 중 1명인 비임금근로 자영업자도 제외했다. 가장 고통을 겪는 실직자를 쏙 빼놓고 일자리를 보전한 사람만 따졌으니 신뢰성은 제로다. 김동연 경제 부총리도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문제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 와중에 국민을 기만하는 왜곡 통계를 만들었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이 통계는 통계청이 아니라 노동과 복지 분야 국책연구소 두 곳이 만들었다고 한다. 통계는 정책 방향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요즘 가뜩이나 여론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여론이 많은데 이제 통계까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국민은 한숨만 나온다. 정부 통계가 왜곡돼 입맛에 맞게 가공하고 조작하면 그 결과는 재앙에 가깝다. ‘최저임금 1만 원’의 슬로건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이미 실패로 끝났음은 국민이 다 안다.

이번 통계파동도 소득주도 성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억지로 짜 맞추려다가 일어난 참사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잘못된 정책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이 옳다. 인정을 하게 돼 한 번 밀리면 끝장이라는 공포가 정권담당자들 뇌리에 있는 한, 피해 당사자는 국민일 수밖에 없다. 이미 소비와 투자가 줄고 있고 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아무리 아니라고 부인한들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IMF때 보다도 심각하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이란 어디에서도 검증된 적 없는 이론을 가지고 지난 1년간 국민을 상대로 실험했다. 중간 결과는 참담할 지경이다. 3월 제조업 가동률이 9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고 산업 생산은 5년 새 최대 감소를 기록했다. OECD의 경기 선행지수 조사에선 한국만 9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경제는 소신이나 고집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한 신문사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전직 경제장관 10명 중 9명이 소득증대 성장정책에서 탈피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이대로 가면 올해 말이나 내년에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빚는지 귀담아 듣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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