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선열 희생 정신 상징 조기 다는 날 인천지역 교육기관 솔선은 못할망정
낯뜨거운 실태… 아이들 배울까 걱정 도호부청사 훼손 태극기 내걸어 빈축
도서관·학교 “깜빡했다” 궁색한 변명
6일 오후 자녀들과 함께 인천향교를 찾은 남구주민 A씨(45·여)가 국기게양대에 걸려있는 태극기를 보며 한 말이다. 현행 ‘대한민국 국기법’에 따르면 현충일과 국가장 기간 등 조의를 표하는 날에는 태극기 게양을 할 때 깃면의 너비(세로)만큼 내려 조기(弔旗)를 게양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지역 일부 학교와 도서관, 향교 등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교육기관들이 현충일임에도 조기를 게양하지 않아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실제로 이날 인천 도호부청사와 향교 앞에 있는 국기게양대에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깃봉과 깃면의 사이를 떼지 않은 채 태극기가 게양돼 있었다. 더욱이 걸려있는 태극기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하게 찢어진 채로 흉물스럽게 바람에 휘날렸다.
도호부청사 사무실 관계자는 왜 조기를 게양하지 않았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 아이들이 단체로 많이 찾아와 정신이 없었다”며 “현충일인 것을 깜박 잊고 조기게양을 못했다”고 말했다.
일선 도서관과 학교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부평구에 있는 부평북구도서관 건물 앞에도 조기는 걸려있지 않았다.
비슷한 시각, 남동구에 있는 구월중학교와 남구 문학초등학교 본관 앞 국기게양대도 조기 대신 평상시와 똑같은 형태로 태극기가 게양돼 있었다.
구월중학교 운동장에서 자녀들과 야구게임을 하던 학부모 B씨(40)는 “아이들에게 나라사랑 정신을 제일 먼저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 현충일 조기 챙기는 것조차 잊어버린다면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우겠느냐”고 반문했다.
문학초등학교는 정문이 굳게 잠긴 채 태극기와 학교 깃발만 평상시와 똑같은 모습으로 걸려있었다.
조기를 게양하지 않는 질문에 대해 문학초교 관계자는 “날씨도 덥고 학교 시설물 고장이 잦아 학교시설 전반에 대한 관리를 담당하는 기사가 오늘 바빠서 잊어버리고 그냥 퇴근한 것 같다”며 “이미 해가 지려고 하는데 지금이라도 조기를 달아야 되느냐”고 했다.
김준구·수습 윤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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