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後 ‘안보’에서 처음으로 ‘통일’ 선택
정부·지자체 약속에 대한 기대 높아
어느 지역 공약보다 소중히 지켜가야
이번에는 달랐다. 포천시장에는 지방 선거 실시 이래 최초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동두천시장과 양주시장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이겼다. 파주시와 김포시에서도 민주당 시장이 탄생했다. 이들 지자체는 북한과 접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만큼 안보 이데올로기가 강했던 지역이다. 매 선거마다 보수 성향의 표심이 강했다. 그 틀이 이번에 완전히 깨진 것이다. 연천군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민주당 시장이 당선됐다.
여론의 변화는 기초의회 구성을 보면 더 극명하다. 유일하게 한국당 시장을 배출한 연천군도 시의회는 민주당이 장악했다. 현재 한국당 4, 민주당 2에서 한국당 2, 민주당 4로 바뀌었다. 포천시의회와 가평군의회도 다수당이 현재 한국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이러한 경향은 결과적으로 경기도지사 선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에는 믿었던 표밭의 상실이었고, 민주당에는 포기했던 표밭의 획득이었다.
이유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남북 화해 무드가 가져온 지역민의 기대감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은 접경지역에 개발 구상으로 꽉 찼다. 남북 철도 연결, 개성공단 재가동, 판문점 평화유적화 등이 모두 경기북부 지역을 토대로 설명됐다. 접경지 규제로 낙후됐던 북부 지역 경제에 더 없이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실제로 남북 정상회담 이후 연천 등 일대에 부동산 시세가 들썩였다는 분석도 있었다. 정부가 심어준 기대다.
때를 맞춘 공약들도 지방 선거전에 뿌려졌다. 파주에는 DMZㆍ임진강 문화관광 산업 지원, 의정부에는 미군공여지 국자 주도 개발, 동두천에는 국가 산업단지 조성, 포천에는 한탄강 생태 휴양관광 산업 육성, 연천에는 DMZ 평화 관광 산업 육성 등이 발표됐다.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또는 해당 지역 민주당 시장ㆍ군수 후보가 내세운 것들이다. 남북 관계라는 큰 틀과는 상관없는 공약이다. 도와 지자체가 할 수 있다며 내놓은 공약이다.
접경 지역은 6ㆍ25 이후 저주받은 땅이었다. 군사 규제로 꽁꽁 묶여 있었다. 사소한 도발에도 방공호를 찾아 들어가야 했다. 그래도 운명이라 여기며 참고 살아왔다. 그랬던 주민들이 운명의 틀을 깨고 뛰쳐나온 것이 이번 선거다. 통일에 대한 희망을 표현하고 개발에 대한 소망을 피력한 이번 선거다. 반백년만의 어렵사리 사상을 바꾸며 내놓은 기대감이다. 어느 지역, 어느 공약보다 소중한 희망 아니겠는가. 반드시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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