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중 부동자금 1천90조 원 돌파…넉달 연속 사상 최대

올해 들어 시중 부동자금이 매달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은 조정을 겪고 부동산은 정부 규제로 거래가 급감한 데다 가상화폐 인기마저 주춤하면서 여러 요인이 시중 자금의 부동화 현상을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시중 부동자금은 1천91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현금 98조 원ㆍ요구불예금 223조 원ㆍ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530조 원ㆍ머니마켓펀드(MMF) 58조 원ㆍ양도성예금증서(CD) 25조 원ㆍ종합자산관리계좌(CMA) 49조 원ㆍ환매조건부채권(RP) 6조 원 등을 더한 수치다.

 

여기에 6개월 미만 정기예금(75조 원)과 증권사 투자자예탁금(27조 원)을 추가했다. MMF 등의 잔액은 금융사 간 거래인 예금취급기관 보유분과 중앙정부, 비거주자의 보유분을 뺀 금액이다.

 

시중 부동자금은 지난해 말 1천72조 원으로 당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운 뒤 지난 1월 말 1천75조 원을 시작으로 2월 말(1천87조 원)과 3월 말(1천91조 원)까지 넉달 연속 기록 경신 행진을 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시중 부동자금은 지난해 3월 말(1천19조 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72조 원이나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시중 부동자금이 이처럼 매달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이유는 초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해 1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던 코스피는 2월 들어 조정을 받고서 횡보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부동산은 정부의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영향으로 거래가 급감하며 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조차 올해 들어 규제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비트코인 등의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 투자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지난해 3분기 이후 증시가 고공행진하고 부동산 거래도 활발하던 때는 시중 부동자금이 일시적으로 줄었다. 당시에는 가상화폐 시장에도 일대 광풍이 불었다. 시중 부동자금은 지난해 9월 말 1천70조 원으로 당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가 10월 말 1천52조 원, 11월 말 1천56조 원으로 잠시 감소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 부동자금이 늘어난 시기는 증시와 부동산, 가상화폐 시장 등이 동시에 뜨겁게 달궈지던 시기와 대체로 일치한다”며 “당시 바이오 열풍으로 코스닥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으며, 가상화폐 시장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며 돈이 몰렸고 부동산도 재건축 아파트 투자와 ‘갭투자’ 열기가 이어지면서 거래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권오탁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