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업성없는 지방선거 공약, 과감한 조정 필요하다

6ㆍ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2일 일제히 취임했다. 수많은 공약사업이 유권자들과의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자치단체장들이 선거과정에서 약속한 사업들을 수행하는 데는 적게된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까지 필요하다.

박남춘 인천시장의 공약사업 이행에는 남북 평화와 원도심, 철도, 도로·대중교통, 경제, 일자리, 문화·예술·체육, 안전, 항만·항공, 여성·노동, 생활개선 등 17개 분야에 소요 재원이 무려 27조 원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인천광역시의 3년치 예산과 맞먹는다. 박 시장 측은 27조 원 중 18조 원은 국비로, 3조8천억 원은 지방비로, 2조1천억 원은 민간자본으로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16개 전략 185개 세부공약 이행에는 1조6천여억 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국비와 시ㆍ군비를 포함하면 4조300억 원으로 불어난다. 이 지사의 대표 공약인 청년 배당의 경우 4년간 도비 5천16억 원, 시·군비 2천148억 원 등 7천164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계됐다.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는 공약 실현에 필요한 재원을 기존예산 조정 및 효율성 강화(8천억 원), 연정(聯政)사업 조정(4천억 원), 산하기관 수익금 증대(4천억원), 기금운영 개선(500억 원) 등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정 대상 연정사업에는 남경필 전 지사의 역점사업인 청년연금사업과 도의회가 직접 예산을 편성한 사업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3선에 성공한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100개 공약 실천에 20조 원,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10대 대표 공약 이행에만 11조 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7조5천350억 원 등 다른 광역단체장의 경우도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은 기초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상당수 공약이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선심성이라는 것이다. 선거에서 일단 이기고 보자는 생각으로 급조한 포퓰리즘 공약이 많아 현실성이 떨어진다. 지하철 노선 신설, 도심관통 철로 지하화 등 지자체 수준에서 할 수 없는 사업들도 있다.

재원 확보 방안 역시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면 예산 낭비만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원을 국비로 하겠다는 지자체가 많은데 중앙정부에 손을 벌린다고 정부가 지자체 요청을 모두 수용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민간자본 역시 말처럼 쉽지 않다. 재원 마련이 안된다면 모든 공약을 이행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신임 지자체장들은 이런 현실을 직시해 자신의 공약사업이라고 욕심내서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 타당성 없고 현실성 떨어지는 공약은 과감하게 솎아낼 필요가 있다. 면밀히 검토해 사업성이 없으면 차라리 추진을 안 하는게 낫다. 일찌감치,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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