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시절 허리라인이 들어간 흰색 셔츠에 자주색 플레어스커트를 교복으로 입었다.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플레어스커트는 펑퍼짐해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스커트로 덮어도 될 정도로 편했다. 셔츠는 몸에 맞게 입어 활동이 불편했지만 여름엔 학교 측 배려로 카라가 달린 흰색 면티를 입었다. 여름 교복 상의는 통학할 때만 입었다. 교복은 고3을 끝으로 이후 없어졌다. 1983년부터 교복자율화 조치로 교복 대신 자유복을 입게 된 것이다.
하지만 교복자율화를 통해 학생들의 개성과 자율성이 중시된 반면 사복 착용으로 교사들의 학생지도가 어려워지고,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과 학생간 빈부격차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이에 1986년부터 교복이 다시 등장하게 됐고, 학교장 재량이긴 하나 1990년 이후 대부분의 학교가 교복을 입고 있다. 새로운 교복은 이전보다 세련되고 다양한 디자인이 선보여졌는데 대기업의 교복시장 진출로 교복 가격이 크게 오르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최근 여학생들의 교복은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몸에 꽉 낀다. 상의는 배꼽을 간신히 덮을 정로도 짧고 타이트하다. 스커트도 팬티가 보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짧고 좁다. 대형 교복업체들은 더 짧게, 더 좁게 ‘라인’을 강조하며 아이돌스타를 모델로 내세워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학생들은 광고 속 아이돌처럼 ‘핏’을 살리기 위해 품을 줄이고 길이를 줄여 입는다.
그렇다고 모든 여학생들이 핏을 살린 교복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여학생 하복 상의가 너무 작고 불편하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학생들의 교복을 바꿔달라’는 등의 청원 게시글이 여럿 올라왔다. 여중생의 경우 기성교복 자체가 7세 아동복 사이즈 정도로 작게 나와 코르셋처럼 불편하다고 한다. 일부 학교에선 상의 바깥으로 비칠까봐 여학생들의 속옷 색도 규정하고 있다. 남녀 교복에 차별을 두지 말라는 청원글도 올라왔다. 이 같은 청원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김상곤 교육부장관에게 여학생 교복을 편안한 옷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일부 학교이긴 하지만 경직된 교복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광주 송광중학교는 활동성이 높고 세탁이 편리한 생활복을 하복으로 채택해 남녀 구분 없이 입도록 했고, 서울 한가람고에선 봄가을엔 헐렁한 후드티를, 여름에는 반바지와 면 티셔츠를 교복으로 해 호응을 얻고 있다. 입시 스트레스에 숨 막히는 학생들이 교복까지 불편해 숨을 제대로 못 쉬어서 되겠는가. 이참에 교복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 남녀 구분을 없애는 ‘성 중립 교복’도 고려해볼 일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