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로운 인사원칙으로 구멍뚫린 공직기강 바로잡아야

인천시 행정에 있을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가장 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공무원 임용 필기시험 답안지가 분실돼 피해자 17명을 대상으로 재시험을 치르기로 하면서 행정의 신뢰성이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시는 지난 5월24일 ‘2018년도 제1회 인천시 지방공무원 임용 필기시험’ 채점을 위해 밀봉된 답안지 보관 상자를 개봉하는 과정에서 부평구 부원여자중학교 제14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른 응시자 17명의 답안지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채점을 진행한 뒤 지난달 29일 예정된 날짜에 합격자를 발표했다. 공무원 시험을 담당하는 인사과는 답안지가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도 1달이나 늦은 지난달 25일에서야 감사관에 조사를 요청했다. 시는 결국 답안지가 없어진 17명만을 대상으로 8월11일 따로 재시험을 치르고 이 중 1명을 기존 선발 예정 인원 외 별도로 추가 임용할 계획이다. 시는 고문 변호사 3명에게 자문을 의뢰해 대처 방법을 논의했고 응시생 17명과도 재시험을 방안을 협의해서 동의를 구했다고 했다.

공정하고 안전하게 치러야 할 필기시험관리 행정의 신뢰성에 크나큰 구멍을 뚫은 공직기강 해이가 매우 심각하다. 시험이 치러지고 채점하는 기간이 지방선거와 겹쳐 많은 공무원이 선거에 기웃거린 결과로 빚어진 참사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선거기간 동안 전·현직 공무원 모임이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모임과 문자가 후보자 캠프에서 제기되고 이슈화한 것이 우연한 일치는 아닐 것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매우 소중한 원칙과 가치임에도 헌신짝처럼 버리고 선거 때만 되면 후보자캠프에 기웃거리는 정치 공무원들의 행태가 어제오늘만이 아니다.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는 선량한 공무원들의 얼굴에 먹칠하는 이러한 구태를 뿌리 뽑아야 한다.

새로운 지방정부가 들어서면서 공무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초미의 관심은 자타가 공인하는 인사 전문가 박남춘 시장의 첫 고위급 인사단행이다. 공정·투명성 원칙과 학연·지연을 배제한 블라인드 인사제도를 누누이 강조하고 있음에도 과거 관습에 의한 줄 대기에 급급하고 있는 정치 공무원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시장 측근 및 비선들의 철저한 배제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원칙의 천명보다 중요한 것은 원칙의 실천이다. 인재를 추천한다는 미명하에 측근과 비선을 통해 인사 청탁하는 구태를 근절하기 위해 청탁 당사자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불이익 조치한다는 방침을 공개 선언하는 등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해이해진 공직기강이 바로 잡히고 뚫린 신뢰성이 회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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