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울 광역버스 23개 노선 근무시간 단축 땐 줄도산 위기
업계 “준공영제 도입 발등의 불” 市, 예산난 이유 ‘강건너 불구경’
“가뜩이나 적자에 기사 부족으로 경영난이 심각한데, 주52시간제가 본격화하면 광역버스 회사들 다 망합니다.”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4개 광역버스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A교통 관계자는 주52시간제가 본격 적용될 때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또다른 광역버스 업체 B여객 관계자도 “지난해만 7억원의 적자를 봤는데 주52시간제를 지켜려 기사를 추가 채용할 사정도 안되지만, 채용하려 해도 지원자가 없는게 현실”이라며 “이미 수차례 인천시에 준공영제 검토를 요구했지만 예산 핑계만 대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동안 경영난과 구인난에 시달려온 인천지역 광역버스 업계가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됐지만, 인천시 대책 마련은 제자리걸음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인천지역 버스업계에 따르면 현재 인천~서울 광역버스 노선은 23개로 8개 업체 258개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8개 업체 중 당장 주52시간제 적용을 받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없지만, 점차적으로 주52시간제 적용을 받는 만큼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광역버스 회사들의 줄도산을 가져올 우려가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광역버스의 경우 시내버스에 비해 운행 시간이 1.5배 이상 긴데다 준공영제인 시내버스와 달리 최저임금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기피 직종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지역 내 한 광역버스 기사는 “임금이 적고 근무 강도가 강해 운전경력이 얼마 안되거나 나이가 많은 기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주52시간제 적용을 받은 회사가 기사를 못 구해 운행 횟수를 줄이면 시민 불편은 당연하고, 우리도 월급을 깎이게 되는데 앞으론 더더욱 오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C교통 관계자는 “주52시간제를 제대로 지킬 수 있게 만들고, 광역버스 회사가 망하지 않게 하려면 시가 준공영제를 도입해주는 방법밖에 없다”며 “광역버스에 준공영제가 도입된 다른 시·도의 경우 주52시간제 도입 후에도 운행에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광역버스가 어려움을 겪는 건)이미 아는 내용이고 이런저런 방법을 찾고는 있다”면서도 “우리도 지원해주고 싶은데, 예산실에서 예산을 안주겠다고 하는데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김경희·윤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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