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 제작 스튜디오앤뉴) 15회에서 냉혹한 현실에 좌절한 박차오름(고아라)은 사직서까지 제출했지만 곁을 지키는 사람의 힘으로 다시 용기를 냈다.
사직서를 본 한세상(성동일)은 크게 화를 냈지만 박차오름은 지쳐있었다. NJ그룹은 현실을 지배하는 강력한 거미줄처럼 박차오름을 조여 왔다, 성공충(차순배)은 앙심을 품고 징계 청구를 압박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폭력을 견디다 못해 남편을 살해한 사건의 검사는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겠냐?"고 박차오름과 재판부를 협박했다. 다 포기한 박차오름은 "법복이 나에게는 무거웠나 보다. 그만두고 무책임하고 이기적으로 살고 싶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임바른(김명수)은 섣부른 위로 대신 '바른투어'를 제안했다. 열심히 연습했던 피아노 연주곡을 들려주고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도서관으로 안내했다. 학창 시절의 추억을 나누던 임바른은 박차오름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던 고시생 이야기를 꺼냈다. 임바른은 "무섭고 힘들어도 부당한 억압에 절대 밀려나지 않았던 그 여자애가 생각난다"고 다시 마음을 고백했다. 이어 "버텨줬으면 좋겠지만 도저히 못 견디겠으면 나도 같이 가겠다. 어딜 가든"이라고 사직서를 내밀었다. 박차오름은 항상 곁에서 힘을 준 임바른에게 입을 맞췄다.
박차오름의 곁에는 함께 비를 맞아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죽은 박차오름을 응원하기 위해 민사44부 식구들이 총 출동했다. 본드 소년 이가온을 비롯한 목사님 보호소의 아이들도 모두 모였다. 1인 시위 할머니는 박차오름의 편을 들며 시위대와 맞섰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내부고발자였던 김다인은 기자가 돼 약자의 편이 돼주었던 박차오름의 행보를 기사화하며 여론 돌리기에 나섰다. 한세상은 구내식당에서 마주친 성공충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수석부장(안내상)에게는 "그렇게 사법부를 위한다면서 당신들 잘난 선배들은 뭘 희생했냐"고 일침을 날렸다.
박차오름은 이전의 열혈 판사로 돌아왔다. 매 맞던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에서도 여론을 의식해 한발 물러서지 않고 불륜과 정당방위는 따로 봐야 한다며 기준을 재점검했다. 박차오름은 "한 사람의 삶이 걸린 사건이다. 그 사건이 마지막 재판이 된다고 해도 언제나 그랬듯 법정에 서겠다"고 사건 안의 사람을 보겠다고 선언했다. 기어이 내려진 징계위원회의 출석 통보에도 기죽지 않고 "아무리 생각해도 징계당할 잘못 한 적 없다. 부당하게 징계당하면 행정소송을 내서라도 싸우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박차오름을 위해 전면에 나서는 임바른과 한세상은 끈끈한 동료애를 보여줬다. 임바른은 "실수 할 수 있도록 돕겠다. 어디든 함께하겠다"고 말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했다. 청춘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꼰대들과 달리 조직을 향해 날카로운 일침을 날린 한세상은 진짜 어른의 품격을 보여줬다.
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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