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휴가철 버려지는 반려동물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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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쓰다 버리는 물건이 아니라 가족입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20일부터 ‘휴가철 유기동물 방지 캠페인’을 시작했다. 한국도로공사 협조로 전국 휴게소 120개소에 ‘동물유기가 불법’임을 알리는 포스터와 현수막을 게시했다. 여름 휴가철만 지나면 유기동물 숫자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유기동물 10만2천593마리 가운데 32.3%인 3만2천384마리가 6월부터 8월에 버려졌다. 월별로 따져봐도 7월이 1만1천260마리로 가장 많았고, 8월이 1만1천259마리로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연간 수치도 유실·유기동물 구조 건수가 2015년 8만2천 건, 2016년 8만9천 건에서 지난해 10만 건을 넘어서는 등 증가세다.

 

실시간 유기동물 통계 앱·사이트 ‘포인핸드(Paw in Hand)’에 따르면 이달 3~10일 전국 각지 보호소가 보호 중인 유기동물은 3천336마리다. 지난달 13~23일 1천669마리에서 20일 만에 2배로 늘었다. 버려지는 반려동물들은 주로 개, 고양이다.

 

휴가철마다 버려지는 동물이 급증하는 현상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새끼였을 때는 한없이 귀엽던 동물들이 막상 키우다보니 싫증 나거나 늙고 병들었다고 휴가지에 슬쩍 버리는 경우가 적잖다. 많은 이들이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반려동물을 데려가기도, 어디 맡기기도 마땅찮기 때문에 버리기도 한다. 

비용 부담이 만만치않고, 동물을 버려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누군가 대신 키워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와 맞물려 휴가철 반려동물 유기로 이어지고 있다. 휴가 전 다른 동네에 버리고 오거나, 집에서 멀리 떨어진 휴가지에 놓고 오는 사례가 많다. 이는 ‘동물판 고려장’이나 다름없다. 우리사회 반려동물 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을 버리면 3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물리게 돼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동물보호 전담인력 부족으로 단속이 쉽지 않다.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라고 하지만 동물유기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은 아직도 미비하다.

 

유기동물이 늘어나는 건 공장제품 찍어내듯 무차별 공급되는 실태가 한몫한다. 또 누구라도 돈만 있으면 충동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버리는 것도 쉽게 생각한다.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이들의 무분별한 구입을 막을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 등록제 시행을 철저히 하고 관리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동물의 생산ㆍ판매를 규제하고 소유자의 책임 및 유기 시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등 유기동물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동고동락하던 동물을 버리는 무책임한 일이 없게 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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