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후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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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회장!

지난 6ㆍ13 지방선거가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 당신은 사랑하는 아내를 저 세상에 보냈었죠. 정말 너무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당신을 돕는 캠프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소. 나는 문상을 갔을 때 이것을 계기로 후보사퇴를 고려해 보자고 권고했었소. 그러나 당신은 “하늘 나라에 간 아내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완주하겠습니다”라고 했고, 그 말에 나는 더 이상 이야기를 그만 두었습니다.

 

K 회장! 선거는 ‘바람’이라고 했죠? 정말 선거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당신은 민주당 바람에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상심이 크실겁니다.

아내 잃고, 돈 잃고, 정신적 에너지 잃고….

 

그런데 K 회장!

나는 당신이 6ㆍ13 지방 선거에 패배한 후 SNS를 통해 보낸 편지를 보고 당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소.

 

60대의 나이에 뭘 또 도전할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K회장은 그런 예상을 깨고 재기의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오.

당신은 그동안 농민들이 실질적으로 잘 살 수 있는 소득사업을 개발하고 그래서 그 개발을 가로막고 있는 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 했었죠. 정말 감히 누구도 생각 못한 것을 당신이 했고, 그것이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뜻은 높게 평가받을 것이오.

 

그리고 당신은 많은 후보자들이 포퓰리즘 적 공약과 지역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득표전을 벌였는데 오히려 그동안 개발이 자연훼손의 난개발이었다며 아름다운 자연보존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니 유권자들이 얼마나 표를 던질 수 있었겠습니까?

 

거기에다 당신은 무소속이었죠. 정말 무소속으로 거대 정당과 싸운다는 것은 큰 모험입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무소속을 고집했소.

나 역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은 무소속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하는 지방자치에 왜 중앙권력이 간섭해야합니까?

 

지방자치의 선진국 일본은 지난 2016년 지방자치 선거에서 광역단체장 47명 중 오사카 사장을 제외한 46명이 무소속이었습니다. 오사카 시장은 ‘오사카 유신회’라는 지역정당의 후보였으니 실제로 중앙당은 없는 셈이죠.

 

기초 단체장 1천735명중 5명만 여당인 자유민주당, 그리고 야당에서 4명만 당선됐고 나머지는 무소속이었으며 기초의원도 70.8%가 무소속이었습니다.

 

무려 4선을 하며 13년간 도쿄 도지사를 한 골수 보수 이시하라 신타로가 2012년 임기를 끝내고 오사카 유신회와 세금을 줄이겠다는 ‘감세(減稅) 일본당’ 등 지역의 보수정당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역시 일본인들의 정체의식, 다시 말해서 중앙정치와 지방자치를 구별하는 분위기를 나타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도 언젠가 지역정당이 나타날 거라 믿어요.

 

그런데 우리는 이론적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중앙정치의 예속에서 벗어나야 한다는데 공감을 하지만 실제로는 거리가 먼 이야기 입니다.

 

지방자치 1기 때인 1995년 국회의원 5선의 박찬종씨가 무소속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했으나 34%의 득점을 하고도 낙선한 것이 그 좋은 예이죠.

그런데도 당신은 무소속의 정치 실험을 옹골차게 주장하고 있으니 앞으로 4년 그 상황을 지켜보겠습니다.

 

개척자는 항상 외로운 것입니다. 먼저 자신과의 외로운 투쟁에서 이겨야 합니다. 건승을 기원합니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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