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비극적인 죽음과 관련해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 안팎에선, 현행 정치자금법은 ‘심지어 노회찬도 못 지킬 법’이라며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정치자금법이 규정하고 있는 정당 국고보조금, 후원금 모집 등이 ‘현역 의원, 거대 정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여서 소수 정당과 정치 신인들, 원외 인사들의 정치권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돈있는 사람만 정치하란 얘기가 된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현실성이 결여돼 편법과 불법을 양산하는 온상이 되고 있다. 정치자금 모금회로 전락한 출판기념회나 쪼개기 후원금 등이 판을 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지금의 정치자금법은 원외 인사, 정치 신인들에게 불리하다. 그래서 현역과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렇다고 현역 의원에만 유리한 구조라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현행 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1년에 최대 1억5천만원, 선거가 있을 때는 3억원까지 정치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자신의 세비를 합해 정치활동을 해야한다. 그외 어떤 명목이든 정치자금을 받으면 안 된다. 고비용 정치구조 탓이겠지만, 이것으로는 지역 사무실 운영과 직원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대기가 쉽지 않다. 원외 인사들에게는 이것마저도 어렵다. 정치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꽉 막혀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에 배분하는 국고보조금과 기탁금도 거대 정당에 쏠려있다. 현행 국고보조금은 전체 보조금의 절반을 교섭단체(20석 이상)에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50%를 의석수, 선거 득표율에 따라 여러 단계로 차등 배분한다. 지난해 선관위가 7개 정당에 지급한 보조금 421억원 가운데 더불어민주당ㆍ자유한국당이 각각 126억원씩 받은 반면, 정의당은 27억원을 받았다. 선관위가 교섭단체에 정당보조금 총액의 50%를 우선 지급하는 방식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냈지만, 거대 양당에 막혀버렸다.
선관위가 정치자금 기부자의 후원금을 받아 일정 요건이 되는 정당에 나눠주는 ‘기탁금 제도’ 역시 정당보조금 배분 기준과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선관위에 기탁금을 낼 때 원하는 정당에 지급되도록 국민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관철되지 않고 있다.
불합리한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하는 필요성과 공감대는 형성됐다. ‘입구를 넓히고 출구를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활발한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문을 넓히되, 대신 정치자금 사용처를 꼼꼼히 감시해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정치자금법 개정을 늦출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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