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행정권한과 사무 등을 포괄적으로 지방에 넘길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안이 30일 국회로 넘어가면서 문재인 정부가 내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추진의 첫 단추가 채워지게 됐다.
■지방이양일괄법 어떻게 나왔나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안은 과거 지방이양이 의결됐지만, 장기간 이양되지 않은 국가 사무 500여 개를 단일법에 담아 한꺼번에 지방으로 넘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사무를 지방으로 넘기려면 관련 법률을 일일이 개정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줄이려는 것이다.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안은 2004년부터 제정이 추진됐지만, 소관 사무를 넘겨야 하는 각 부처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아 제정이 미뤄져 왔다. 또 내용상 10개 국회 상임위와 연계된 만큼 국회법상 상임위 소관주의에 위배돼 국회 법안 접수 자체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다 올해 5월 여야가 지방이양일괄법을 운영위원회에 회부하는 데 합의하면서 입법 실현이 가능해졌고 이후 자치분권위가 각 부처와 협의를 거쳐 법안을 마련했다.
자치분권위는 법안이 9월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초 지방이양비용평가위원회를 설치, 재원조달 방안 마련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방이양일괄법 어떤 내용 담겼나
우선 전국 60개 항만 중 지방관리 무역항 17곳과 지방관리 연안항 18곳 등 35개 항의 항만 관련 사무가 해양수산부에서 시·도로 이양된다. 이들 지방관리항의 항만시설 공사 시행과 민간 등의 항만공사 시행허가·준공확인 등 항만개발과 선박 입출항 신고, 항로지정을 비롯한 항만운영 등 119개 사무가 시·도로 이양된다.
100만㎡ 이상 물류단지 지정·고시 권한도 국토교통부에서 시·도로 이양된다. 이로써 100만㎡ 이상 물류단지개발사업을 신청할 때 중앙부처 방문 없이 관할 시·도지사에게 신청·협의하면 된다.
어린이 놀이터나 어린이집 등 어린이 활동공간에 대한 위해성 관리 사무는 환경부에서 시·군·구와 교육청으로, 성범죄자의 아동·청소년시설 취업 여부 점검과 확인 사무 53개는 여성가족부에서 시·도로 이양돼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커졌다.
최근 외국인환자 증가 추세에 맞춰 지방자치단체의 주 관심 분야로 급부상하고 있는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 및 유치업 등록 관련 사무도 이번에 시·도로 전격 이양된다. 또한,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발전용량이 3천㎾ 이하) 허가 및 관리·감독사무가 시·도로 이양됨에 따라 지역별 에너지 산업육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횡단보도와 보행자 전용도로 설치, 주차금지장소 지정, 서행이나 일시 정지할 장소지정 권한은 경찰청에서 특별시와 광역시, 각 시·군으로 이양돼 지자체가 지역 특색과 주민 의견을 고려해 교통안전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지방이양에 따른 지원 대책은
지방이양에 따른 인력 및 재정 지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칭) 지방이양비용평가위원회’가 설치된다.
위원회는 관련부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및 민간전문가로 구성될 계획이며, 지방이양에 따른 소요 인력과 재정비용을 조사·산정하는 한편, 재원조달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프랑스에서는 사무이양에 따른 비용평가위원회(CCEC)가 운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방이양에 따른 중앙·지방간 업무단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간 원활한 정보공유와 협업 의무화 규정도 마련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에 의거 전문기관에 사무를 위탁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여 업무 추진에 따른 전문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강해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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