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전자 하반기 채용 규모에 쏠린 눈길 / 政治지만, 그래도 취준생들은 기대한다

하반기 취업 시장의 관심은 단연 삼성전자다. 그 관심의 출발은 인도였다. 지난 9일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州)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서였다. 여기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났다. 이 부회장은 현재 재판에 계류돼 상고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세인의 관심이 주목된 이날 만남에서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 당부했다.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였다. 이 부회장은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고용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하반기 채용 규모가 관심을 끈다. 대통령과 기업 총수 간에 짧게 주고받은 워딩에 대한 기대다. 통상 기업의 신규 채용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대규모 채용이 이뤄졌다지만 그 내용은 베일에 싸여 있다. 대략 1만명대 전후의 신규ㆍ전환 채용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돌 뿐이다. 삼성전자의 통상적인 연간 신규 채용 규모를 약간 넘어서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전반기 채용이 사실상의 정기 채용이다. 하반기 채용은 여기에 보충적인 성격을 가진다. 특정 학위 소지자, ROTC 전역자 등을 소화하는 수준이다. 예년의 경우라면 하반기 채용이 특별히 관심을 끌 대상도 아니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관심이 많다. 곳곳에서 예상 수치까지 나돌고 있다. 7천명설이 있고, 1만명설도 있다. 이런 계산을 근거로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3만명을 뽑을 것이라는 추정까지 나돌고 있다.

어차피 정상적인 기업 논리라면 하반기 채용은 1~2천명 선에서 그치는 게 상식이다. 그게 달라진 올해다. ‘대통령과 CEO의 만남’이라는 정치적 상황이 부여한 특별한 채용 수요 때문이다. 경영적 판단이 아닌 정무적 판단이 기준 되는 상황이다. 항간의 추측처럼 7천명이 될 수도 있다. 그보다 늘어날 수도 있다. 물론 그 이하에 머물 수도 있다. 어차피 정치적 판단에 따른 수요 결정이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게 눈앞의 현실이다.

삼성의 이번 채용 규모 결정은 인사팀이 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구조조정본부 등 그룹 총괄 핵심 의결 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명패도 못 붙인 ‘TF팀’이 그룹 수뇌부 의견을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전체적인 하반기 채용 규모를 결정하지 않겠나. 그룹 산하 사업장 인사팀은 배당된 규모에 맞춰서 절차를 준비할 걸로 보인다. 정작 사업장 인사팀들이 하반기 채용 규모 보도에 관심을 갖는 것도 그래서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대기업의 채용 규모는 정치에 휘둘린다. 탄핵 위기로 치닫던 2016년, 기업들은 호황 속에도 채용을 줄였다. 새로운 정권의 채용 확대 요구에 대비한 정무적 판단이었다. 거꾸로 보면 하반기 채용 확대 움직임이 바람직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내년 또는 수년 후 채용절벽의 후유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채용시장은 절박하다. 더 뽑길 바라는 희망으로 간절하다. 청년 실업률 10.5%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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