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발길 잡기 ‘무절전 상혼’ 2차례 적발땐 과태료 비웃듯
점포 앞 지날때면 ‘시원한 바람’ 최근 폭염에 전력난 위기 무색
찌는듯한 폭염이 인천을 덮친 1일,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일대를 지나자 시원한 바람이 온 몸에 와닿았다.
고개를 돌려 바람을 쫓다보니 상점 곳곳이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냉방기기를 가동하고 있다.
한 의류전문점 사장 A씨는 “요즘처럼 더울 때 손님들의 발길을 잡으려면 어쩔 수 없다”면서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손님도 들어온다”고 했다.
인천의 번화가 중 하나인 부평 문화의거리 사정도 다르지 않다.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오후 1시였지만, 거리 곳곳에 시원한 바람이 나오고 있다.
부평구에 사는 B씨(27)는 “늘 문이 열린 상태로 냉방이 되고 있어 지나갈 때마다 폭염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며 “에너지 절약을 이야기하면서 이런 건 왜 단속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근 정부가 급격히 늘어난 전력 사용량에 예비전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문을 연 상태로 냉방기기를 가동하는 ‘개문냉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개문냉방은 문을 닫은 상태로 영업했을 때보다 3~4배가 넘는 전력이 사용되는 대표적 에너지 낭비사례 중 하나다.
현행법상 개문냉방 단속 과정에서 적발되면 1차 경고, 2차부터는 횟수에 따라 50만~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지난 2011년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를 겪은 이후 2012년부터 매년 개문냉방 단속이 이뤄졌지만, 지난해부터는 전무하다.
현행 에너지이용합리화법상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 공고가 내려져야만 지자체 단속이 가능한데, 올해는 아직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고시는 물론 계획조차 없어 사실상 단속을 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에너지 절약이라는 것은 에너지가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끼는 게 아니라 미리 아껴야하는 것”이라며 “아직 예비전력에 여유가 있다고 해서 개문냉방 등을 계속 방치하면 블랙아웃 사태를 다시 겪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개문냉방을 철저히 관리하고, 점주들도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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