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문화지구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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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각 지역별 문화의 프레임을 내건 문화의 거리 등이 광역단체, 지자체별로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역문화의 정체성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그 가치성은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담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지역의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무형의 가치와 유형의 가치가 조화를 이루고 역사와 전통을 지닌 특화된 미래의 유산으로써 보존되고 발전돼야 한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 한다. 자본소비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그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도로 및 기간시설의 확충을 통해 새 단장을 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불과 10여 년 사이에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서울의 인사동은 한국 근현대 미술의 산실로써 큰 역할을 담당해 왔다. 멀게는 조선시대 화가를 양성하고 선발하던 도화서로부터 일제 강점기 고미술품 시장의 형성과 1970~80년대 화랑과 표구사 등의 상가가 형성되면서 대다수 화가의 등용문과 중견작가들의 작품 전시로 성황을 이루었다. 1997년 ‘차 없는 거리’ 지정과 2009년 재정비 사업으로 주말이면 일반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인사동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과거 미술인과 미술애호인의 특화되었던 인사동 거리는 일반인들의 유입과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일주일 내내 생기를 띠며 상권의 활성화에는 기여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사동의 상징이었던 1층에 위치한 화랑과 화방, 각종 재료가게들은 높은 임대료 탓에 하나 둘 문을 닫게 되고 그곳에 액세서리 매장들이 들어서며 박리다매의 저가의 상품만을 파는 거리로 변모되고 있다.

 

이제 인사동에는 한국의 골동품을 찾아보기 어렵고 그나마 값싼 중국산으로 영업을 하는 어쩌면 외국관광객에게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외국관광객들은 인사동을 찾을 때 인사동만의 가치를 보고 사기 위해 방문하지만 만원짜리 중국산 상품들의 진열장으로 변모된 인사동 거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2002년 문화지구로 지정됐지만 그 취지에 무색하게 인사동은 ‘만원의 거리’로 전락되어 전혀 문화지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고급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한 세기, 반세기에 걸쳐 이룩한 인사동은 재평가되고 그 가치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문화를 모르는 문화정책은 문화 말살정책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경제의 논리만을 앞세우기보다 진정으로 그 가치성을 들여다봐야한다. 

필자의 눈에만 문화지구인 인사동 거리가 ‘만원의 거리’로 보이는 것일까? 이러한 현상이 어디 인사동뿐이겠는가?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한번 잘못된 정책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함을 명심해야 한다.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광역단체나 지자체의 문화지구 지정은 인사동의 사례를 반면교사 해야 할 것이다. 문화를 만들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파괴는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문화정책은 한 가지만 생각하면 어쩌면 쉬울 수 있다. 후손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황태현 미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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