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미국 수도 워싱턴을 방문하고 한국에 와서 서울을 보니 정반대였다. 워싱턴은 한적한데 한국 수도는 정치·경제·사법·행정·문화·교육·과학 및 각종 산업 등 모든 것이 뭉쳐 있는 거대 공룡 도시였다. 거의 모두라고 할 돈과 권력을 서울이 독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절반의 인구가 국토의 1할 남짓한 수도권 지역에 모여서 산다. 가히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집중이자 편중이다.
다른 나라의 예를 보자. 미국의 수도 워싱턴은 인구 70만명에 불과한 소도시다. 그런데 이 작은 도시에서 세계의 모든 문제가 논의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중국은 상해와 광동의 경제력은 북경을 능가한다. 일본도 교토의 경제력이나 역사와 문화의 자부심은 도쿄를 능가한다. 도쿄 지역 인구는 일본 전체 인구의 10%가량이다. 북한을 보아도 평양인구는 전체 인구의 10% 남짓하다.
작은 땅의 한반도는 전국이 특색 있는 아름다운 도시들이 많다. 그 특색을 잘 살려서 발전시킬 때 국가의 균형 있는 번영을 꿈꿀 수 있다.
구조적 측면에서 모든 요소가 분산된 형태가 가장 안정적이다. 작은 거미도 거미줄을 칠 때 전체를 균형 있게 그물을 쳐야 단단해지고, 먹이사냥도 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나마 거대 공룡 도시 서울공화국을 견제하는 것은 경기도와 인천시가 있어서 균형이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그 영향은 아직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경기지역이라는 용어를 한번 관찰해보자. 역사 관련 서적에서 조선 이전의 시기를 설명할 때 ‘경기 지역’, ‘경기 일대’라는 표현은 행정구역상 지금의 경기도뿐만 아니라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와 북한의 황해북도 개성시·개풍군·장풍군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역사책에서 삼국시대에 관해 설명할 때 ‘백제는 지금의 경기지역을 상실했다’는 표현에서 경기지역은 지금의 경기도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지역도 포함한다는 의미다.
1967년 경기도청은 수원과 인천의 유치전에서 수원이 승리했다. 이후 인천은 1981년 경기도 인천시에서 인천광역시로 분리돼 독립된 행정구역으로 변경된다. 어떻게 보면 서울특별시·경기도·인천시는 고대부터 한 구역이었다. 이 3개 지역을 트라이앵글로 비유해 서로 간에 좋은 하모니를 낼 수 있다면 국토의 발전과 주민의 행복도 이룰 수 있는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기구는 잘못된 행정이나 재정의 사용을 고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좋은 의견을 제시하는 언론이다.
경기일보가 창간 3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지방신문들이 위에서 말한 부분들을 잘 해결한다면 현재의 경기 지역이라는 용어가 과거의 경기 지역인 서울시, 인천시와 황해북도 개성시·개풍군·장풍군을 말하는 경기지역이라는 용어로 변할 수 있다고 본다.
선일 스님 법명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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