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비교 시점] 과거에 매인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男과 女

▲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신혜선(왼쪽)과 양세종. 공식 홈페이지
▲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신혜선(왼쪽)과 양세종. 공식 홈페이지
지난달 23일 첫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극본 조성희 연출 조수원 제작 본팩토리 이하 '서른이지만')는 사고로 인해 식물인간으로 13년 간 지내야 했던 여성과 그것이 트라우마가 돼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온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 로맨스다.

# 두 사람의 배경

13년 전 버스 전복사고로 인해 코마상태에 빠진 17살 우서리(신혜선)는 서른이 된 2018년에 눈을 뜬다. 드라마는 식물인간이 된 상태에서 재활과 현실을 마주하는 우서리의 모습을 1화 내 속도감 있게 진행한다.

그리고 그 사고를 목격했던 공우진(양세종)은 그 사건을 계기로 마음을 닫고 세상과는 최대한 단절된 생활을 유지하려 한다. 무대 디자이너로서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그는 조카인 유찬의 말을 빌리면 '양념 반 후라이드 반 라이프'로, 반년쯤 바짝 열일모드로 살고 나면, 나머지 반년은 보헤미안모드로 바꾼다.

두 사람은 과거의 사건에 내·외적으로 묶여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과거에 얽매임으로써 세상과 차단된 채 13년의 세월을 보였다는 부분 역시 공통점을 갖는다.

# 13년 만에 과거에서 나온 女, 서우리(신혜선)

우서리는 물리적으로 완전히 단절된 채 13년을 보냈다. 그녀의 시점에서는 단숨에 미래에 와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상태에 놓여 있게 된 상황. 사라진 외삼촌 가족들과 이제 육체적이나 사회적으로 서른이 된 현실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점이 남아 있다. 중졸의 학력과 천애고아의 상황이 벽으로 다가온다.

# 13년 간 과거에 갇힌 男, 공우진(양세종)

공우진은 세상과의 단절로 장애에 가까울 정도로 소통에 문제가 있다. 그는 조카와 가족 외에는 무대디자인 회사 '채음'의 동료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는 법이 없다. 그마저도 거의 일방에 가까운 통보가 주를 이루는 상태.

# 만남

'서른이지만'을 보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어떻게 이어질까?'라는 문제는 너무 쉽게 해결된다. 사고가 나기 전 과거 우서리가 살았던 집에서 현재 공우진과 그의 외조카인 유찬이 살고 있고, 병원에서 깨어난 우서리가 그곳을 찾으면서 인연이 맺어진 것. 이후 유찬은 서우리에게 관심을 갖게 됐고, 공우진은 탐탁지 않게 여기나, 아끼는 애견 덕구가 앓던 와중 옛 주인인 우서리를 보고 활력을 되찾는다. 유찬과 덕구 때문에 우서리는 한 달 간 방 하나를 빌려 생활할 수 있게 된다.

# 사족

'서른이지만'은 세상물정 모르는 우서리와 소통장애 공우진이 부딪히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두 사람의 화합은 내외적으로 잘 어우러진다. 천진난만한 우서리는 끊임없이 공우진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조금씩 열어간다. 지난 8회에서는 천장의 창문을 개방하는 부분에서 그의 마음을 조금 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우서리가 과거의 인연을 어떻게 만나게 될 지, 공우진은 서우리가 사건의 당사자이며 마주했던 사실을 어떻게 잇게 될지가 '서른이지만'에서 키포인트가 될 듯싶다.

 

장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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