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이 나란히 문ㆍ이과 전교 1등을 하면서 내신시험 문제유출 의혹이 일었다. 2학년 이과 전교 1등을 한 딸은 1학년이던 지난해 1학기 전교 59등, 2학기 전교 2등이었다. 문과 1등을 한 딸도 지난해 1학기 121등에서 2학기 전교 5등으로 올랐다. 성적이 크게 오르자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쌍둥이 딸에게 내신시험 문제를 미리 알려줬다는 소문이 돌았다. 서울시교육청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이 학교 시험지 유출을 조사하고 고교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막아달라는 청원글까지 올라왔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교사는 “아이들의 밤샘노력이 아빠와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되고, 의심까지 받게 되어 마음이 무척 상했다”며 학교 홈페이지에 해명글을 올렸다. 서울시교육청이 특별장학(조사)에 착수했고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교사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도록 허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으로 번졌다.
교육부가 고등학교 교사를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배치하지 않는 ‘상피제(相避制)’를 도입하기로 했다. 고교에서 성적조작과 시험문제 유출이 반복되는 데 따른 대책이다. 현재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일하는 고교 교원은 1천5명, 이들의 자녀인 학생은 1천50명이다. 전체 2천360개 고교 가운데 23.7%인 560개교에 교사인 부모와 학생인 자녀가 함께 다닌다.
교육부는 17일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방안과 고교교육 혁신 방향을 발표하며 고교 교원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배치되지 않도록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농산어촌 등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엔 교사가 자녀와 관련한 평가 업무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배제키로 했다. 사립학교의 경우엔 동일 학교법인 내 다른 학교로 전보하거나 공립학교 교사와 1대1로 자리를 바꾸는 방안, 인건비를 지원해 기간제교사가 일을 대신하는 방안 등을 시·도 교육청이 검토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내년 3월 인사 때부터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일하는 교원은 반드시 다른 학교로 전보신청을 하도록 이미 관련 규정을 고쳤다. 지난해 경기도내 2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조작해 적발된 사례가 있어 이를 근본 차단하려는 조치다.
상피제는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교사 자녀라는 이유로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대학입시가 뭐길래, 고려ㆍ조선시대때 실시됐던 상피제가 다시 등장했을까? 대한민국의 교육이 정상은 아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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