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치유하는 ‘마음동행센터’ 제 역할 못 한다

“밤낮 할 것 없이 위험한 사건ㆍ사고를 끊임없이 겪다 보니 트라우마가 상당한 데, 우리 같은 경찰관을 위해 존재한다는 ‘마음동행센터’는 2주 후에나 상담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최근 수원과 경남지역에서 경찰들이 업무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으로 잇따라 숨진 가운데, 경찰관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마음동행센터’가 인력난에 허덕여 제 역할을 못하는 실정이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마음동행센터는 각종 사건ㆍ사고로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경찰관들을 돕고, 미리 예방하기 위해 세워졌다. 지난 2014년 전국 4곳을 시작으로 현재는 서울, 부산 등 6곳에 설립됐으며, 경기도에는 수원 아주대학교 내 1곳이 문을 열고 지난해부터 운영 중이다.

 

운영 1년차를 맞은 경기도 마음동행센터의 총 상담자 수는 750명. 그동안 심리상담사는 단 1명뿐이었다. 그나마 지난 1일 심리상담사 1명이 추가돼 이달부터는 2명으로 움직인다. 경기남부지역의 경찰관이 총 1만 6천700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심리상담사 1명이 8천 명이 넘는 경찰의 상담을 담당하는 셈이다.

 

마음동행센터의 인력난 문제를 알고 있는 경찰들은 답답한 마음이 들어도 섣불리 찾아가지 못 한다. 지난 2015년 2월 치안정책연구소가 발간한 ‘경찰관 PTSD 실태와 제도적 대처방안’ 자료를 살펴보면 경찰관 10명 중 2명이 PTSD 위험군에 속하지만, 경찰문화 특성상 ‘혼자 극복’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복수의 경찰들은 “마음동행센터 내 인력이 여유롭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가기도 부담스럽고, 가더라도 2주 전부터 예약한다고 해 그냥 참고 만다”며 “센터에 대한 홍보도 부족해 센터를 아예 모르거나,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모르는 동료도 많다. 주변에서 이용자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청 관계자는 “전국의 마음동행센터를 18개소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원활한 상담을 위해 상담원도 증원하는 방법을 찾는 중”이라며 “경찰들의 마음을 달래고 치유하는 센터의 본 역할을 앞으로 더 제대로 해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연우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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