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업체 분진에 못 살겠다” 수십년 일상생활 고통에 과수원도 위협

“펜스 낮아 매일 마을로 유입” 안성시 사곡동 주민들 불만
업체 “물뿌리고 억제방안 최선”

“폐기물처리업체에서 날리는 분진 탓에 일상생활 속 불편은 물론, 생계수단인 과수원 운영까지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2일 안성시 사곡동에 위치한 사곡마을. 이곳에는 약 140세대, 32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논 경작, 과수원 운영 등의 농업ㆍ과수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수십 년간 마을 인근의 폐기물처리업체에서 발생하는 분진 때문에 일상생활뿐 아니라 생업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사곡동에서 1만 5천㎡ 규모의 배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열매를 맺으려면 꽃가루가 날려 수정을 해야 하는 데 날라온 분진이 꽃들을 뒤덮어 수정을 방해한다”며 “다른 지역의 비슷한 규모의 과수원과 비교하면 생산량이 20%가량 적은 수준으로, 15년 넘게 이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마을에서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B씨 역시 “아이들을 맡아주는 어린이집이다 보니 이불, 베개 등을 자주 세탁하는데 분진 때문에 날이 좋아도 밖에서 말릴 수가 없다”며 “소량이지만 업체에서 발암위험성이 있는 폐아스콘도 취급하고 있어, 아이들의 건강 우려 때문에 야외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분진의 원인으로 마을에서부터 직선거리로 약 600m 떨어져 있는 폐기물처리업체 C사를 지목하고 있다. 지난 1996년 허가를 받고 사업을 시작한 이 업체는 약 20년간 건설폐기물을 분쇄해 복토ㆍ성토용 순환골재로 재활용하는 일을 해 오고 있다.

 

현재 해당 업체는 1만 1천896㎡ 부지에서 하루 1천200t의 건설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은 해당 업체가 설치한 5m 높이의 펜스가 분진을 막기엔 턱없이 낮아 매일 분진이 마을로 날아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C사 관계자는 “건설폐기물 처리 시 물을 뿌리고, 차량이 출입할 때 세륜시설을 가동하는 등 분진이 날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방지펜스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높아지는 만큼 바로 앞 도로에 그늘이 생겨 겨울철 빙판길이 만들어지는 등 또 다른 피해가 야기될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안성시 관계자는 “오폐수는 ppm, 소음은 dB 등 명확한 규제 기준이 있지만 분진은 그렇지 않아 단속하기 쉽지 않다”며 “물을 계속 뿌려 분진을 최소화하는 등 사업장에 분진 발생 억제 방안을 강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해영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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