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이충환 경기도상인연합회장

“획일적 지원 실효성 의문… 시장별 맞춤형 지원 시급”

제목 없음-1 사본.JPG
전남 완도에서 올라온 20대 청년이 수원 못골시장에 천막을 치고 장사를 시작하자 수십 년간 터를 잡아온 상인들은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우연한 기회에 상인회 총무를 맡게 되자 ‘저 촌놈이 할 수 있겠나’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면서 하나 둘 그를 인정하기 시작했고 몇 년 뒤에는 30대 젊은 나이에 상인회장 자리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 청년은 이제 경기도 90여 개 시장 상인회를 이끌어가게 됐다. 지난달 23일 제5대 경기도상인연합회장에 당선돼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이충환 회장의 이야기다.

 

활력을 잃어가던 수원 못골종합시장에 스토리를 불어넣고 상인들을 하나로 모아 시장 활성화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이 회장은 이제 경기도 시장을 대상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Q 당선 소감과 함께 선거 기간 중 느낀 점이 있다면.

A 저를 믿고 이렇게 큰 연합회를 3년간 만들어가는 데 표를 주신 상인들에게 감사하다. 못골시장에서 5년 반 상인회 총무를 거쳐 8년째 회장을 맡고 있고 연합회에서도 총무와 부회장을 거치며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못골시장을 활성화 시킨 것처럼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출마하게 됐고 많은 분이 그 점을 믿고 선택해주셨다고 생각한다.

선거를 준비하면서 도내 시장 대부분을 방문하고 직접 상인들을 만나봤다. 어떤 시장은 잘 되는데 어떤 시장은 환경이나 상황이 너무 열악해 시장별로 차이가 너무 컸다. 각 시장에 무엇이 필요한지 연합회 차원에서 먼저 찾아서 바꿔야겠다는 고민이 많이 들었다.

 

Q 임기 동안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 싶은 일은.

A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관 주도형 사업을 민간주도형 사업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정부나 도에서 정해주는 사업과 사업비를 가지고 일을 해왔지만 우리 쪽에서 예산을 세워놓고 상인들이 도나 정부에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

사업이 너무 한정되다 보니 어떤 시장에서는 그 시장에 맞지 않는 사업을 하게 돼 있다. 가령 못골시장에는 화장실이 더는 필요하지 않은데 사업이 그것밖에 없다면 할 수밖에 없는 식이다. 상인 쪽에서 제안한 공모사업을 시범적으로 해보고 공정하게 결과를 판단해 점차 예산을 확대해 나가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또 무조건 지원해준다고 시장이 다 잘되는 건 아니다. 수십억, 수백억을 들여 문화센터를 만들고 주차장을 지어도 장사가 안 되는 곳도 많다. 과연 이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무엇이 선행돼야 하나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경기도 전통시장에 대한 전체적인 연구를 해봤으면 좋겠다. 권역별로 어떤 사업이 필요한지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효율적인지 연구용역 후 거기에 맞게 사업을 진행해야 예산낭비도 줄이고 시장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 3~4년간 경기도에 20여 개의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입점이 계획돼 있다.

A 이는 상인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정부에서 소상공인들을 위해 많은 예산과 정책을 쏟아붓고 있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대형유통업체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업체들이 아예 못 들어오게 할 수는 없다. 

당연히 시민들의 편의성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경기도는 이미 포화상태다. 주민들이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 더 이상 들어오는 것은 한계를 넘는 것이다. 특히 시장은 지역경제에 선순환이 되지만 이런 업체들은 다 대기업자본, 외국자본이다. 

여기서 번 돈이 모두 밖으로 나가는 것으로 지역경제를 생각해서라도 막아야 한다. 반경 몇㎞ 입점 제한은 넓은 지역에 전통시장이 1개만 있을 때나 맞는 것이다. 수원에만 시장이 22개인데 대형마트나 쇼핑몰이 하나 들어오면 여러 시장이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다. 거리제한이 아니라 인구제한으로 가야 맞다. 

Q 이 문제로 연합회에서 집회도 여러 차례하고 단식농성도 벌였는데 다른 방법은 없나.

A 사실 집회를 좋아하지는 않는다(웃음). 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미 허가를 다 내고 땅 파고 있을 때 우리가 알게 된다. 그제야 막을 길이 없으니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다. 입점 허가를 내줄 때 기존 상인들과 협의해서 어떤 피해가 있을지 예상하고 최대한 줄이는 방법이 무엇인지 정해야 한다. 

결국은 다 지어놓고 상생협약금을 주고 있는데 모양새도 안 좋고 우리도 원하는 바가 아니다. 돈만 달라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 구조가 안타깝다. 입점 계획이 있을 때 그때부터 같이 얘기하면서 상생방안을 미리 찾아나가자고 하고 싶다.

 

현재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문제도 심각하다. 상생협약할 때 상인회가 아닌 지자체장과 하게 돼 있다. 당장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상인인데 장에게 권한을 주면 어떻게 하나. 이는 대형유통업체 편을 들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정비가 필요하다.

 

제목 없음-2 사본.JPG
Q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장사가 안 되는데 인건비 때문에 사람을 쓰지 않고 부부끼리만 하겠다는 사람도 많고, 직접 기술을 배워 일해야겠다는 분들도 많다. 

이대로 간다면 더 많은 이들이 어려워질 것이다. 상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외부환경과 사회분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자꾸 경제가 어려워지고 인건비가 비싸지다 보면 자영업자들도 소비자이기 때문에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사회적 혼란이 커질 것이다. 정부에서도 빨리 돌파구를 찾아줘야 한다.

 

Q 지난 지방선거 때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와 연합회가 전통시장 활성화 협약을 맺었는데.

A 새로운 도지사에게 기대를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 전통시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주고 있다. 지역화폐도 환영한다. 온누리상품권과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빠르게 정착되길 바란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성공한 사업인 만큼 도 전체로 잘 확장이 될 것이라 믿는다. 자영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생기면 상인회의소를 설치해 우리 의견을 반영하고 싶다. 이는 이번 선거에서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현장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상인들이 함께 상권분석을 하고 사업을 평가·심의해야 한다고 도에 제안할 계획이다.

 

Q 각자가 모두 사장인 상인들을 하나로 이끌어가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A 사실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대부분 몇십 년씩 장사를 해온 사람들이라 자기 생각이 있고 취급품목도 제각각이다 보니 컨트롤하기가 힘들다. 이 자리는 모두를 100% 만족하게 할 수 없고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자리다. 최대한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잘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경험상 기본적인 원칙과 공정성을 가지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한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회장으로서 권한을 최대한 많이 내려놓을 것이다. 연합회 내 각 위원회의 위원장에게 권한을 주고 그만큼의 책임도 부여하면 전체가 단결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재무이사를 신설해 소중한 회비를 허투루 쓰지 않도록 모든 재정적 관리를 맡기겠다.

 

Q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지속발전 가능한 시장, 상인이 주도하는 시장을 만들고 싶다. 함께 뜻을 모아 한목소리를 낸다면 상인들의 힘은 엄청나게 세질 것이고 시장 활성화의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5대 연합회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상인분들과 함께 달려가겠다.

구예리기자

사진=전형민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