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여중생을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폭행한 뒤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린 ‘부산 여중생 폭행’, 초등학생을 유괴해 잔인하게 살인한 ‘인천 초등생 살인’, 여고생을 노래방과 관악산에 끌고 다니며 각목 등으로 때리고 담뱃불로 지진 ‘관악산 집단 폭행’ 등 청소년 범죄 양상이 끔찍하다. 갈수록 흉포화되고 저연령화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최근 발생하는 소년범죄의 가장 큰 특징은 살인·강도·성폭력 등 강력범죄의 증가다. 그러나 살인을 저지르고도 일부 가해자는 ‘형사 미성년자’에 해당돼 처벌받지 않는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9월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2012년 이후 촉법소년 범죄현황’ 자료에 따르면 5년간 강력범죄에 연루된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의 수는 총 1천674명이다.
2012년 336명(20.1%), 2013년 353명(21.1%), 2014년 378명(22.6%), 2015년 318명(19.0%), 2016년 8월 말 289명(17.3%)으로 해마다 3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10~13세 청소년 범죄의 증가율은 7.9%에 달한다. 13세 아동만 보면 범죄 증가율이 14.7%나 된다.
정부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현행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달 31일 대책 회의를 열어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형법ㆍ소년법 개정이 올해 안에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전보다 청소년의 신체적ㆍ정신적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연령이 낮아지는 현상을 고려한 현실적 판단으로 보인다.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범죄 형태가 흉포화되는 현실은 충격적이다. 남에게 씻지 못할 피해를 준 만큼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형사처분 가능 연령을 낮춘다고 범죄가 줄어들 지도 미지수다.
청소년폭력 문제는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빈곤, 가족의 해체,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관리 소홀 등 청소년을 둘러싼 환경을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선도하고 교육을 통해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하향하는 제도만으로 부족하다.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의 범죄 예방교육을 활성화하고 다른 제도적 장치들도 마련하는 등 근본 대책이 있다면 효과가 있겠지만 법 적용 나이만 바꾼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청소년폭력은 가정과 학교,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동참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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