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특별법 시행령 개정안’ 논란
핀테크산업협회·블록체인협회 등
“블록체인을 유흥·도박과 동일시”
관련 산업 국제경쟁력 약화 우려
정부가 암호통화업을 벤처업종에서 제외하는 ‘벤처특별법 시행령 개정안’ 추진에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5선, 여주·양평)이 전면 재검토를 요구(본보 12일자 4면)하고 나선 가운데 관련 업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12일 업계 및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지난달 입법예고한 ‘벤처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에 벤처 제외 업종으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추가했다. 정부는 벤처 인증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혜택을 주고 있는데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서는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 벤처기업으로 인증받을 수 없는 업종은 유흥업, 무도장, 사행 시설 등이다.
이 같은 정부의 입법예고에 관련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달 14일에는 한국블록체인협회,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는 공동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블록체인 업계가 유흥, 도박업종과 동일한 취급을 받게 됐다”며 “이는 19세기 영국 자동차 산업 성장을 저해한 적기조례와 비슷한 신 적기조례이며 협회는 중기부의 정책 방향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같은 달 말께 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가 중기부에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협회 김형주 이사장은 경기일보와 통화에서 “거래소가 보유한 기술 즉 전자지갑, 지급결제 기술 등이 있는데 무작정 제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 정부 담당자는 (우리에게) 블록체인 공부를 시켜달라고 할 정도로 (블록체인을) 모르고 있다”며 “청와대, 주요 부처의 분위기가 변해야 다른 부처도 바뀌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후 지난 4일에는 블록체인협회가 중기부에 반대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시행령개정으로 인한 입법효과는 물론 정책도입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음 ▲거래소의 역할의 중요성과 다변화에 대한 이해가 없이 진행된 입법 ▲개정안은 국제기준에도 맞지 않으며, 블록체인기술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 산업의 붕괴가 우려됨 등을 담았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관계자도 벤처 인증 제외 반대 의사를 보이며 거래소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직접 관계된 거래소 관계자들은 정부의 시각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빵집, 미용실 등 소규모 업체들도 인증을 받는데 거래소를 제외하는 것을 보니 뭐라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며 “아무래도 편견이 존재하고 이 때문에 거래소가 보유한 기술이 가려지는 것 같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는 거래소만 육성 대상이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중기부 관계자는 “거래소만 제외하는 것이지 다른 블록체인 업종은 포함된다”며 “투기 현상 등으로 포함 안 되는 것이며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부처에 거래소를 규제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벤처기업 선정은 기업에 혜택은 주는 것이며 거래소는 육성 대상이 아니다”며 “이번 건은 해당 업을 제외하는 것이지 블록체인 기술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한편, 중기부는 지난 4일 개정령안에 대한 관련 의견접수를 완료했다. 개정안은 국무총리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됐으며 규개위 및 법제처 심의,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을 통과하면 다음 달 초부터 공포 즉시 시행된다.
민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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