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럴 거면 인사청문회는 뭐 하러 하나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이은애·김기영 재판관 후보는 자녀 학교 배정 등을 이유로 각각 7번, 3번 위장전입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석태 후보는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이 있다.

앞으로 열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딸의 위장전입과 아들의 병역 기피, 지역구 사무실 특혜 임차 등의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런 청문회는 더 이상 할 필요도 없고, 한다면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부동산·주식 투기,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를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웠으나 자신의 내각에서 많은 후보자가 비리의 온상임을 알게 됐다.

할 수 없이 5대 비리에 음주운전과 성범죄를 더해 확대하면서 기존 5대 항목의 세부기준을 낮췄다. 그래도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제대로 한다면 인사 청문회를 통과할 후보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무엇보다 국민이 관심도 없고 냉소적이고 청와대에 대해 분노만 쌓이는 형국이다. 인사 청문회에서 야당이 반대한들 대통령이 임명할 거면 뭐 하러 그런 제도를 운영하느냐는 것이 정확한 민심이다.

2000년에 도입된 이 제도는 이제 의미 없는 존속이냐 아니면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개혁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존속을 전제로 말한다면 첫째, 국회 사전 검증절차를 통해 비 자격자가 청문회에 오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금 정부뿐 아니라 역대 정권을 봐도 청와대의 자체 검증 시스템은 믿을 수 없다. 청와대에서 추천하면 신상과 도덕성에 관한 비공개 1차 검증을 통해 후보를 거른 후 인사 청문회에서는 정책검증만 한다. 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니 논문 표절이니 하는 후보들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국민이 꼴사나운 광경을 안 보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다원화해야 한다.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국회나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셋째, 대통령의 결단이다. 지금의 청문회는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정치적 쇼다. 장관 한 번 해보려다 패가망신하는 꼴이며 자격 미달자들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대법관도 되고 헌법재판관들도 된다. 인사 청문회는 국회의 사전 검증절차를 통과한 후보를 상대로 사상이나 직무 관련 전문성을 철저히 파헤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낙마자처럼 국민적 공분을 사야 마지못해 대통령이 포기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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