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주도 예멘 난민 신청자 중 23명을 ‘인도적 체류 허가자’로 결정, 이 중 22명이 제주도를 떠나 육지행(行) 을 희망하면서 이들의 ‘수도권 진출’ 꿈(본보 4일자 1면)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현재 정부는 내륙권, 특히 수도권의 파장을 고려해 22명의 최종 목적지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이미 다문화도시 또는 이슬람사원이 있는 서울·경기·인천지역이 목적지로 거론되면서 국민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 더욱이 일부 지자체는 ‘특별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내보이며 발 빠른 선 긋기에 나서, 향후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6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예멘 난민 심사 대상자 484명(신청 포기자 3명 포함) 중 영유아 동반 가족, 임신부, 미성년자, 부상자 등 23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 허가’를 결정했다. 사실상 ‘난민’으로 인정할 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했지만 강제추방 시 본국에서 생명·신체에 위협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돼 국내에 임시로 1년 동안만 머물도록 허락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즉시 출도 제한 조치가 해제돼 육지로의 이동이 가능해졌다.
실제 이 23명 중 22명은 제주청 설문에서 “제주 외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길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제주청 관계자는 “최종 목적지는 공개할 수 없지만, 이번 결정이 나기 전부터 많은 예멘인이 서울·경기·인천·부산 등 대도시로의 진출을 희망해왔다”고 전했다. 제주에서 난민 지원 활동을 하는 한 종교인 역시 “아직 난민 지위 또는 인도적 체류 허가 결정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차분하게 다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한국에 머물게 된다면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으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소식에 경기도 내 각종 지역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뜨거운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대다수는 “인도적 체류 허가자의 국내 체류 기간이 1년으로 한정됐다지만 그대로 잠적해 불법체류자가 돼버리면 어쩌느냐. 이들은 공단이 많은 안산이나 외국인이 많은 평택, 이슬람사원이 있는 파주에 올 것이고 인근 지역까지 퍼져 나갈 것”이라며 “특히 1년이라는 단기간만 있어야 하니 쉽게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반면 일각에선 “인도적 체류 허가자는 실질적으로 난민 심사에 떨어진 사람들로, 결국 난민 지위를 얻지 못했다고 보면 된다. 법무부가 올바른 심사 과정을 거쳐 추려낸 것”이라며 “이번에 허가받은 23명은 정말 인도적인 결정이 필요한 대상이 맞다. 취업이 지원되는 것도 아니고 문제 없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난민 유입이 예상되는 안산시 등 지자체는 ‘지원 없음’을 강조했다.
안산시 관계자는 “23명 중 최대 3명 정도가 안산에 오지 않을까 가정하고 있다”며 “실제 이들이 안산에 와 도움을 요청한다면 상황별로 상담ㆍ통역 서비스를 민간단체와 연계해 도울 뿐, 시 차원에서 먼저 직업을 알선하는 등 지원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구재원ㆍ강현숙ㆍ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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