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도쿄·치앙마이 등 네 도시 풍경 담아
환절기마다 불현듯 찾아오는 감기처럼 어느 날 문득 훌쩍 떠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때마다 하던 일을 관두고 떠날 수도 없고 현실적인 여건은 늘 넉넉하지 못하다. 퇴사 후 세계 일주는 두렵고 막막하기만 할 뿐 나와는 먼 이야기로 들린다.
그럴 때 <오늘부터 휴가>(앨리스 刊)를 펼쳐보자. 이 책은 한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 여행기다.
일상에서 쉼표가 필요한 순간마다 3일이든 일주일이든 짬을 내어 파리, 도쿄, 치앙마이, 교토 네 군데 도시를 5년에 걸쳐 틈틈이 다녀온 여행의 순간들을 기록했다.
눈이 휘둥그레질 자연경관이나 포복절도의 에피소드,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길지 않은 휴가 동안 몸을 누이고 마음이 쉬어가는 여행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전한다. 가령 교토의 한 카페를 서로 다른 계절에 다른 동행인과 다녀오기도 하고 일상의 연장선상에서 여행을 일상처럼 보내기도 한다.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부드럽게 책장을 넘기면 색연필의 포근한 질감이 살아 있는 소박하고 따뜻한 그림들이 지은이의 발길과 눈길이 닿은 여행지의 풍경이 이러했노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때로는 친구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 때로는 내 이야기를 옮긴 듯 읽다 보면 슬며시 미소 짓게 된다. 값 1만3천800원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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