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창설된 대한민국 국군이 올해로 건군(建軍) 70돌을 맞았다.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지정한 것은 1956년이어서 국군 창설과 국군의 날 주년이 일치하지는 않지만 지난 수십 년간 이 날을 국군 생일로 기념해왔다.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정한 것은 1950년 6ㆍ25전쟁 당시 국군이 38선을 넘어선 바로 그날이기 때문이다. 제3사단 23연대 3대대가 강원도 양양 지역에서 최초로 북한공산군을 반격하고 38선을 돌파했다.
한국전쟁에서 사망·부상·행방불명된 국군은 98만7천명으로 민간인 피해(80만4천600명)보다 많았다. 육탄으로 낙동강 전선을 지켜낸 국군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다.
국군의 날은 한국군의 위용과 전투력을 국내외에 과시하고 국군 장병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기념일이기도 하다. 국군의 날 행사는 1993년 이후로 통상 5주년 단위로 성대하게 열려왔다. 1998년 건군 50주년, 2008년 60주년, 2013년 65주년 행사 때 모두 도심 시가행진을 했다. 육·해·공군의 무장을 동반한 군사 행진을 통해 국가 방위 능력을 국민에게 선보이고 국민은 국군에 대한 신뢰와 성원을 보내는 축제 마당이었다.
건군 70주년을 맞은 오늘 국군의 날 행사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야간 실내행사로 열린다.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 시가행진은 없고, 대신 가수 싸이와 걸그룹 축하공연 등이 펼쳐진다. 식전ㆍ식후 행사가 아닌 본행사가 연예인 축하공연으로 꾸려지는 건 처음이다. 70주년 행사를 조용하고 조촐하게 치루는 건, 행사 동원 장병들의 고생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것이다. 남북 화해 국면에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군사 퍼레이드는 과거 소련이나 중국, 북한 같은 국가들에서 체제 결속을 도모하고 도발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활용했다. 예전 우리의 행사도 많은 경비가 들고 장병들의 고생도 많기는 했다. 대신 국군의 위용을 과시하고 사기를 높이는데 역할도 했다.
건군 70주년 국군의 날, 대규모 퍼레이드는 하지 않더라도 이 나라를 지켜온 호국영령, 국방의 의무를 다한 국민, 또한 지금도 불철주야 고생하는 60만 장병들에 대해선 감사의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군은 남북관계가 호전돼도 대한민국의 존속과 함께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도 강군 건설과 사기 진작은 필요하다. 평화도 힘이 있어야 지킨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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