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급변하는 세상과 ‘선제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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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상도 유치원 붕괴사고는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자칫 수십명의 어린 목숨들이 희생될 뻔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붕괴 하루 전에도 유치원측에서 당국에 위험을 호소했지만 바닥에 크랙이 가지 않았다고 그냥 지나쳤음은 한심스런 자세라 아니할 수 없다. 국민의 생명 이상 더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세월호 사고를 비롯, 제천 사우나 목욕탕 화재사고, 그리고 최근 서울 상도유치원 붕괴사고에 이르기 까지 계속되는 대형사고 때 마다 등장하기 시작한 말이 ‘선제대응’ 이다.

예상되는 위험요소를 미리 손을 써서 제거하거나 대비한다는 것이다. 이 ‘선제대응’이 없어 귀중한 생명을 억울하게 잃거나 앓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뼈아픈 교훈.

 

이 교훈은 경제계에도 번져 급변하는 시장에 ‘선제적 대응’을 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다는 의식이 높아가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LG디스플레이가 글로벌 협력사들과 2018 LG디스플레이 테크포럼을 개최, 미래 신기술 발굴에 관한 열띤 논의를 벌였는데 역시 그 중심은 급변하는 시장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었고, 롯데의 식품부문 계열사 사장단도 최근 생존을 위한 ‘선제대응’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정말 세계 시장의 변화는 하룻밤 자고 나면 상황이 확 바뀔 정도로 빠르고 심각하다. 짝퉁 취급을 받던 중국의 화웨이, 샤오미 등 스마트폰이 어느 사이에 올해2분기 세계시장 총수익 20%를 차지, 삼성전자 17%를 추월했다는 보도가 바로 그런 충격적 변화를 뜻한다.

 

이래서 ‘선제대응’은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기업의 명제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절박한 명제에 무감각한 분야가 있다면 정치쪽일 것이다. 특히 보수 정당이 민심을 얻는 선제대응을 못하고 아직도 친박, 비박의 틀에 갇혀 귀중한 시간만 보내고 있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집권 야당에서는 ‘20년 집권’에서 이제는 ‘50년 집권’ 해야한다는 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런 이야기도 보수당 쪽에서는 무덤덤하다.

사실 ‘선제적 대응’은 군사적 의미가 강하다. ‘선제적 공격’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1981년, 이스라엘 공군기의 이라크 핵시설 공습.

이라크의 원자로에 연료가 충전되기 전 폭파해야 했기에 이스라엘로서는 급할 수밖에 없었다. 이라크도 이스라엘의 공격 가능성을 예견했으나 이스라엘 공군기로서는 600마일 이상 날라와 폭격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바그다드 핵시설 공격을 이스라엘은 해냈다. 그해 6월7일, 이스라엘 공군기 8대가 레이더에 잡히지 않게 고도 300m 저공비행으로 이라크 핵시설을 급습, 원자로를 산산조각내고 무사히 귀환한 것이다. 세계가 깜짝 놀란 것은 당연하다. 만약 이스라엘이 이렇듯 이라크의 핵건설을 파괴하지 않았다면 이스라엘의 안보는 위기에 빠지고 중동의 세력판도도 확 바뀌었을 것이다.

 

이로부터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은 모든 나라의 국가안보에 교과서처럼 평가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그 후에도 이와 같은 모든 가능한 위협으로 부터의 자위를 위해서라면 선제공격을 서슴치 않았다.

 

이렇듯 군사적 측면에서만 아니라 우리의 행정, 정치, 경제, 심지어 이번 국민들을 긴장시켰던 메르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적절한 ‘선제대응’이 급변하는 오늘 생존의 전략이다. 그럼에도 ‘선제대응’은 고사하고 그 뒤를 따라 가기도 힘들다면 낙오자로 탈락할 수밖에 없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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