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地雷)는 전쟁 중은 물론이고 전쟁 후에도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까지 무차별적으로 인명 피해를 주기 때문에 비열한 무기로 꼽힌다. 땅 속에 매설해 놓아 발견하기 어려운데 폭발시 살상ㆍ파괴력은 엄청나다. 인간의 신체를 파괴하고, 토지와 자연의 평화적 이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무조건 없어져야 한다.
1996년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전세계 60여 개국에 약 1억1천만개의 지뢰가 묻혀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해 제네바에서 열린 ‘비인도적 무기금지 및 제한조약’ 회의에선 23개국이 지뢰의 생산과 사용, 판매를 일체 금지할 것을 선언했다. 이후 1997년 12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121개국이 대인지뢰 사용의 전면 금지를 골자로 한 ‘오타와 협약’에 서명했으나 남과 북은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군사강국 역시 가입하지 않았다.
한국전쟁 이후 남북 양측이 DMZ(비무장지대) 일대에 약 300만개의 지뢰를 설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인통제구역 주변에도 지뢰가 상당수 매설돼있어 인명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DMZ와 민간인통제선의 지뢰지대 면적은 112.58㎢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의도 면적의 38배다. 군사적 목적에 의해 지뢰지도를 통해 매설된 계획지뢰와 달리 무차별 살포된 미확인 지뢰지대(90.7㎢)는 어디에 얼마나 많은 양의 지뢰가 묻혀있는지 알 수 없다. 군 장병은 물론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DMZ은 비무장지대라는 이름과 달리 곳곳이 지뢰밭이다. 군대의 주둔이나 무기의 배치, 군사시설의 설치가 원천적으로 금지된 곳이 DMZ다. 남북은 휴전 당시 휴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2㎞씩 병력 등을 배치하지 않는 비무장지대로 남겨놓기로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남과 북은 지뢰를 마구 뿌려 놓았고, 지뢰밭을 분단의 벽 삼아 수십 년간 대치해 왔다.
최근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DMZ내 지뢰 제거 목소리가 높아졌다. 남북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강원도 철원의 DMZ 일대에서 1일부터 지뢰 제거 작업에 들어갔다. 남북 정상회담의 ‘군사 분야 합의서’ 이행에 따른 조치다. 판문점 JSA는 오는 20일까지, 전쟁이 치열했던 철원 화살머리고지는 11월 30일까지 지뢰 제거를 완료할 예정이다. 지뢰 제거 후에는 6·25 전사자 유해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국군의 날에 시작된 의미있는 이 작업은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이다. ‘평화, 새로운 시작’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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