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폭로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유용 논란이 정치쟁점화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국회에서 김동연 부총리와 심 의원의 날선 공방과 함께 청와대도 반박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심 의원의 정보 확보와 공개가 적법이냐 불법이냐가 아니라, 청와대가 업무추진비를 제대로 사용했는지가 핵심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마치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이나 받을 것처럼 과잉반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동안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세워 자신들은 도덕성과 정의에 있어 어떤 흠결도 없다는 태도를 보여왔기에 심각할 수밖에 없다. 형평에 맞지 않다는 여론이 부담됐는지, 신도시 후보지 관련 자료를 유출한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1달이 다 돼서 집행했다. 전혀 효과 없는 구색 맞추기 압수수색이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 추이를 보는 국민은 ‘우리를 바보로 아나’하는 괘씸함과 함께 우리 정치는 100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다는 자괴감마저 든다. 이번 사태의 해결은 간단하다. 청와대와 관련 기관은 자신의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적법성 여부에 대해 국회와 감사원의 엄정한 실사를 받고, 만약 잘못한 것이 있다면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심재철 의원도 입수한 자료를 국민 앞에 전부 공개하고 정쟁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양비론이 아니라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사람이건 조직이건 일을 하다 보면 실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실수를 덮거나 호도(糊塗)하려 들면 전 정권의 붕괴에서 보았듯이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난다. 현 정권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전 정권의 적폐로 집권했다. 때문에 전 정권과 0.1%라도 비슷한 행태나 정책에 대한 공포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시원하게 공개해 ‘우리는 지난 정권하고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 필요한 일인데도 업무추진비에 포함되지 않아 결국 불법을 저지르게 되는 항목도 이번 공개를 통해 개선할 수도 있다.
우리 국민은 그렇게 협량(狹量)하지 않다. 다 던졌을 때 살 길이 보이는 법이다. 국가안보니 고위층의 동선이니 하는 옹색한 변명보다 이게 훨씬 효과적이다. 심 의원의 폭로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청와대의 해명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우리는 항상 사태의 핵심은 뒤로 하고 지엽말단만 가지고 싸운다. 그러니 개선과 발전은 고사하고 늘 퇴보와 반복의 악순환에 빠진다. 정의는 누구도 독점할 수 없다. 내 주장만 옳다는 독선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기 어렵다.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말이 타당하지 않으면 오히려 나는 그들을 걱정했다’는 후스의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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