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 위 아슬아슬… 목숨 건 ‘불법 낚시’ 기승

‘대물 잘 잡히는 포인트’ 입소문 타고 화성 궁평항·대부도 등 밤낮없이 몰려
곳곳엔 쓰레기 수북… 관광객 ‘눈살’ 단순 계도 역부족… 지자체 지원 절실

▲ 본격적인 가을철을 맞아 경기지역 어촌 항구 및 호수마다 숭어, 망둥어 등을 잡기 위해 몰려든 낚시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9일 낚시금지 구역인 화성방조제 한 포구에 낚시객들이 가득하 다. 오른쪽 사진은 화성방조제 도로변 곳곳에 낚시객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쌓여있는 모습. 김시범기자
▲ 본격적인 가을철을 맞아 경기지역 어촌 항구 및 호수마다 숭어, 망둥어 등을 잡기 위해 몰려든 낚시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9일 낚시금지 구역인 화성방조제 한 포구에 낚시객들이 가득하다. 오른쪽 사진은 화성방조제 도로변 곳곳에 낚시객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쌓여있는 모습. 김시범기자
“휴일을 맞아 가족들과 바다내음을 즐기고자 궁평항을 찾았는데, 코끝에 느껴지는 건 악취뿐이네요”

 

9일 오후 찾은 화성시 궁평항에는 국경일인 한글날을 맞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궁평항에 마련된 주차장 역시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승용차로 꽉꽉 들어차, 주차장 곳곳에 이중주차가 만연한 모습이었다.

 

이처럼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궁평항이 낚시꾼들 사이에서 ‘낚시 명소’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궁평항 안에는 낚시할 수 있게끔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약 100m 길이의 ‘피싱 피어존’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낚시꾼은 이곳이 아니라 이끼가 잔뜩 끼어 미끄러운 방파제 위에서 위험천만하게 낚시를 휘두르고 있어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예 텐트를 설치해놓고 매운탕을 끓여 먹으면서 온종일 머무는 낚시꾼들도 태반이었다.

 

피싱 피어존의 자리가 남아 있음에도 이들이 방파제에서 낚시하는 이유는 낚시꾼들 사이에서 방파제 주변에서 대물이 잘 잡힌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낚시꾼 A씨(58)는 “피싱피어존은 좁아 낚시 바늘을 던지는 ‘챔질’을 하기가 불편하지만 방파제는 넓어 낚시를 하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낚시꾼들이 버린 떡밥과 음식물쓰레기 등도 문제가 되고 있다. 방파제 인근에는 어린이 키만큼 쌓인 쓰레기 더미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 쓰레기 더미에는 날벌레가 들끓었고 인근에는 악취가 진동해 옆을 지나가는 관광객은 코를 막고 지나가기도 했다. 이날 가족나들이로 궁평항을 찾은 B씨(40)는 “오랜만에 아이들과 바다내음을 즐기고자 했는데 가는 곳마다 쓰레기 더미만 잔뜩해 나들이 온 기분이 안 난다”며 “심지어 소주를 마신 채 음주 낚시를 하는 사람도 많아 행여나 시비가 붙을까 걱정되기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안산시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과 탄도항 역시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탄도항에서는 낚시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표지판 바로 옆 매점에서 대놓고 낚시용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궁평항 관계자는 “낚시금지구역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단순 계도활동으로는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하루 수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오고 가는데, 안전관리요원은 자원봉사자 1명뿐이라 지자체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채태병ㆍ이상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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