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260만 리터가 17시간이나 탔다. 시뻘건 불기둥이 TV로 중계됐다. 소방관들은 접근도 하지 못했다. 쉽게 접하던 화재 현장이 아니었다. 불안감도 커졌다. 저유소는 전국 곳곳에 있다. 상당수가 도심 가까운 곳에 있다. 주변 저유소를 확인하려는 문의도 많다. 그만큼 국민에 준 불안감이 크다. 원인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경찰이 화재 하루 만에 용의자를 검거했다. 27살의 남자인데 외국인이다. 스리랑카 국적의 근로자다. ▶발화 원인이 어이없다. 풍등에서 옮겨붙었다고 한다. 용의자는 이렇게 진술했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얘기를 듣고 호기심에 문방구에서 구매해 풍등을 날렸다.” 경찰은 CCTV를 통해 확인했다고 한다. 풍등 날린 시각과 화재 시각도 일치한다고 한다. 중실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언론에 이런 기사가 났다. ‘동남아 일대에서 소원을 비는 풍습으로 풍등을 날린다.’ ▶인터넷에서 이상한 방향으로 번졌다. ‘스리랑카 근로자가 자기 나라 풍습을 따라 하다가 대형 화재를 냈다’는 투의 반응이다. 논지의 방향이 외국인 혐오로 옮겨가고 있음은 물론이다. 일단 풍등이 동남아만의 풍습이라는 지적이 틀렸다. 중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신라 시대부터라는 주장도 있다. 지금도 곳곳에 있다. 대구 달구벌 관등놀이 풍등 축제는 5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참가자가 수천명이다. ▶풍등으로 인한 화재도 처음이 아니다. 2017년 2월 부산 광안리에서 있었다. 정월 대보름 행사를 하면서 띄운 풍등이 상가 건물에 옮겨붙었다. 2013년에는 충남 논산시에서도 있었다. 풍등에서 시작된 산불로 7ha를 태웠다. 2017년 정월 대보름 행사 중 화재가 315건인데 상당수가 풍등에 의한 것이다. 화재가 빈발하자 소방기본법까지 바뀌었다. 풍등을 띄우는 행위를 아예 못하게 했다. 적발되면 200만원 이하의 벌금도 부과한다. ▶실화(失火)에 관한 처벌은 결과와 연계된다. 화재 피해가 클수록 처벌이 강해진다. 고양 저유소 화재는 인명 피해는 없다. 재산 피해가 컸고 사회적 반향이 컸다. 구속 여부는 재판부가 결정할 것이다. 다만, 풍등을 타고 오르듯 꿈틀대는 외국인 혐오는 경계돼야 한다. 그냥 자연인 한 사람의 부주의에 대한 비난 정도에 그쳐야 한다. 풍등을 판매한 한국인 문방구 주인 잘못도 있다. 허술하기 짝없는 저유소 소방 정책은 더 큰 죄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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