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리베이트 제약사·의사 공개, ‘강력한 처방’ 필요하다

제약회사의 불법 리베이트는 의료계의 고질적인 병폐다. 의약품 처방을 조건으로 수억 원의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의사와 제약사 관계자들이 또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A제약사 공동대표 B씨와 간부급 직원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의사 106명과 사무장 11명을 입건하고, 이 중 혐의가 중한 의사 C씨를 구속했다. 연 매출 1천억 원 상당의 중견 제약사인 A사는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전국의 병·의원 384곳의 의사와 사무장 등을 상대로 300만 원∼2억 원까지 총 42억8천만 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사는 특별상여금, 본부지원금 등 다양한 예산을 지급한 뒤 실비를 제외한 비용을 회수해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했다. 영업직원들은 이를 활용, 자사 의약품 처방을 조건으로 처방 기간과 금액에 따라 의사들에게 처방액의 10∼20%를 현금으로 제공했다. 신제품이나 경쟁이 치열한 특정 의약품에 대해선 처방금액 대비 100∼300% 리베이트를 건넸다. 리베이트가 근절되기는커녕 수법이 다양해지고 교묘해졌다.

의사들은 ‘검은 돈’을 챙기는 것외에도 부도덕한 ‘갑질’을 했다. 한 의사는 매년 의료인이 8시간 이상 이수해야 하는 보수교육에 영업직원을 대리 참석시켰고, 또 다른 의료인은 술값 계산과 함께 대리운전을 시켰다. 병원장 자녀의 유치원 등원 접수도 했고, 병원장의 밑반찬과 속옷을 챙겼다는 영업사원 진술도 나왔다.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병원이나 의사의 잡일을 처리해주는 이런 관행이 ‘토털 수리’라는 은어로 불린다니 어처구니 없다. 지위를 악용해, 또는 생계를 볼모로 착취하고 모멸감을 주는 의사들의 행태가 파렴치하다.

그동안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려는 노력이 있긴 했다. 2010년부터 리베이트를 준 사람뿐 아니라 받은 사람도 처벌하는 ‘쌍벌제’를 시행했다. 2014년에는 ‘투아웃제’까지 도입했지만 약효가 없었다. 무엇보다 환자에게 최고의 약이 아니라 뒷거래로 선택된 약이 처방돼선 안될 일이다. 의약품 시장의 공정한 경쟁 풍토가 무너지고, 막대한 리베이트 비용은 결국 환자들 부담으로 돌아간다. 약값 및 건강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건보 재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의약업계 비리 관행을 스스로 정화하지 못한다면 법규나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쌍벌제와 투아웃제 모두 약발이 없다면,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명단을 전면 공개하고 정도에 따라 면허정지 등 엄벌에 처해야 한다. 소속 병ㆍ의원에 불이익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강력한 처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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