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 부부 죽음 내몬 판결, 결국 뒤집혔다

가해자 무죄 선고에 부부 극단 선택…대법, '무죄' 2심 파기환송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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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30대 부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사건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30대 남성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강간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모(38)씨의 상고심에서 강간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취지로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될 여러 사정이 있는데도 증명력을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4월 폭력조직원 박씨는 충남 계룡시 한 모텔에서 A씨를 성폭행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남편과 자녀들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했다. 박씨는 성폭행 혐의와 함께 폭력조직 후배들을 폭행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그해 11월 1심은 박씨의 폭행혐의 등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A씨 성폭행 혐의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 이후 A씨 부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올 3월 함께 목숨을 끊었다.

2심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성폭행 피해 부부의 호소에도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어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원심을 인정할 만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A씨의 피해 증언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결국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고, 2심 재판을 다시 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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