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투자 인색에 엷은 선수층으로 3개 대회 치르느라 배터리 방전
‘명가 재건’에 나섰던 수원 삼성이 결국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관(無官)’으로 2018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수원은 지난달 31일 울산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준결승전에서 울산 현대에 1대2로 패하며 내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 확보에 실패하는 등 모든 대회 타이틀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수원은 스플릿 라운드 4경기 만을 남겨놓은 정규리그에서 전북 현대가 조기 우승을 확정한 가운데 4위에 머물러 있고, 지난달 28일 ACL 4강 2차전서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에 1ㆍ2차전 합계 5대6으로 져 결승행이 좌절됐다.
또한 결승 진출을 노렸던 FA컵 마저도 결승티켓을 손에 넣는데 실패함에 따라 빈손으로 올 시즌을 마감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수원은 올 시즌 정규리그와 ACL, FA컵 3개 대회를 병행하며 FA컵 4강까지 51경기를 소화했다. ACL 무대에 나서지 못하고, FA컵서 초반 탈락한 팀들에 비해 많게는 20경기, 적게는 10경기를 더 치른 셈이다.
특히, 지난 달에는 17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FA컵 8강에서 승부차기까지 간 혈투를 시작으로, 울산과의 FA컵 4강까지 사흘 간격으로 5경기를 연속 치르느라 선수들의 배터리가 모두 방전됐다.
이처럼 3개 대회를 병행해 강행군을 하느라 선수들의 피로가 누적되면서 부상선수가 늘어났고, 이는 결국 전력 약화로 이어졌다.
상위권의 전북과 울산, 포항 스틸러스 등과 비교할 때 엷은 선수층의 불리한 여건 속에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한 수원의 ‘빈손 시즌마감’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모기업의 투자 인색으로 인해 최근 수년동안 우수선수 이탈이 이어진 반면, 전력 보강은 이탈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지난 8월 말 서정원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퇴하는 사태가 빚어졌고, 구단의 설득 끝에 서 감독은 한 달 반만에 복귀했다. 하지만 올 시즌까지 조건부 복귀한 서 감독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 결국 팀에 타이틀을 안기지 못했다.
서 감독은 울산과의 FA컵 4강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서 “중요한 경기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선수층이 엷다보니 제 때 선수를 교체할 수 없었다. 선수층이 두터웠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최근 6년 동안 감독을 맡으면서 구단은 선수를 줄여나갔고, 시즌 중에도 좋은 선수를 팔아 운영비로 썼다”며 “새로운 변화가 없다면 다음 시즌도 힘든 여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구단의 안일한 운영 행태를 지적했다.
불과 7~8년 전까지만 해도 프로축구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수원 삼성의 명성은 구단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한 점점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황선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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