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소득 순위 맞춰 적재적소 지원… 고단한 청춘들에 희망 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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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두 번, 봄ㆍ가을 새학기가 다가올 때마다 대학생들의 관심을 오롯이 모으는 기관이 있다. 전국 400여 개 대학 신입생 및 편입생, 재입학생, 복학생 등의 장학금과 학자금을 책임지는 교육부 산하 준정부기관 ‘한국장학재단’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09년 설립된 한국장학재단은 ▲고등교육비용 부담 완화 ▲학생복지 향상 ▲미래인재 양성이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래의 주인공’인 대학생들을 위해 중소기업 취업연계 장학금을 마련하는 등 일자리 지원에도 힘을 보태며 역량을 강화해나가는 중이다. 이러한 한국장학재단에 지난 8월 새로운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또 다른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대통령 정책실장, 대통령 정책특보 등을 역임해 온 이정우 신임 이사장은 현 정부와 발맞춰 ‘경제적 불평등 해소’에 초점을 두고 한국 사회에 만연한 양극화 세태를 줄여나가고자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각종 사회적 혜택들이 ‘경제적 여건’에 따라 우선순위로 제공돼야 한다는 점으로, 학벌이나 학점 등의 ‘성적표’는 부차적 기준에 머물게끔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취임 후 약 석달이 지난 시점, 한국장학재단 이정우 이사장을 만나 재단의 각종 제도 및 경기도 청년들을 위한 지원사업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한국장학재단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린다.

A. 사람들에게 장학재단에 대한 소개를 하면 세 번씩 놀라고는 한다. 첫번째는 장학재단 직원이 420명에 달하는 것을 두고 ‘그렇게 많으냐’고 놀라고, 두번째는 장학재단의 1년 예산이 8조5천억 원에 달한다는 데 대해 ‘그렇게 많으냐’고 놀라고, 세번째는 본사가 대구에 있는 것을 보고 ‘서울에 있는 게 아니었느냐’고 놀란다.

 

탄탄한 기반을 갖춘 우리 장학재단은 2012년 국가장학금 제도를 시작한 이후로 매년 지원 규모를 키워나가는 중이다. 또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학자금대출 이자도 지속 인하하며 학생들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학생들의 주거복지를 해결하자는 차원에서 경기도 고양시에 제1호 ‘대학생 연합기숙사’를 개관했고, 올해는 고졸 취업자에게 지원하는 ‘고졸 후학습자 장학금 제도’를 신설했다. 덧붙여 ‘스승으로 삼아 배운다’는 뜻의 (사사(師事)로 칭하는) 멘토링 사업도 추진하며 젊은이들에게 각계 각층 어른의 경험을 전수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장학재단의 장학금ㆍ학자금 제도 외 다양한 사업들에도 많은 관심을 바란다.

 

Q. 지난 8월 취임하고 3달 정도 지났는데, 그간 어떠한 시간이었는지 소회를 전한다면.

A. 평소에 독서를 즐긴다. 청와대에서 일을 했을 때는 일주일에 2권씩, 매월 8권의 책을 읽을 정도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런데 장학재단에 몸담고 있는 지금은 석 달 동안 3권, 즉 매월 1권의 책을 읽는 수준으로 독서량이 급격히 줄었다.

 

한국장학재단이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구조로 움직이는지 미리 알고 왔음에도 실제로 겪어보니 업무가 참 복잡하고 어렵더라. 아직은 차차 배워나가는 과정이지만 최대한 빠르고 확실하게 재단의 업무를 파악하도록 하겠다. 아울러 재단 내 16개 부서와 40개 팀이 굉장히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는 만큼 모두 효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바꾸려 노력하고자 한다.

 

Q. 취임 당시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고등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 공공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에 대한 향후 계획은.

A. 장학금의 본래 취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게 우선적으로 지급’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꽤 오래 동안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는 그릇된 개념이 박혀있었다. 올해로 설립 9년차를 맞은 한국장학재단은 이에 대한 인식 개선에 나서고 싶다. 장학금은 경제적 여건을 우선 기준으로 삼아 지급돼야 하고, 성적은 부차적 기준에 둬야 한다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이어 국가장학금 제도에 대한 무성한 소문 실태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사실 관계를 바로잡고자 한다. 항간에 국가장학금을 두고, 특히 그 중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두고 ‘부잣집 아이들이 쉽게 받아간다’거나 ‘성적이 높은 사람만 받을 수 있다’는 등 이야기가 도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재단은 이에 대한 정확한 현상 파악 및 사실 확인에 나서, 그게 사실로 나타날 경우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우선순위로 두게끔 바꿔 나갈 것이다.

 

또 불평등 해소가 국가적 과제인 상황에서 ‘교육’을 통해 불평등의 이전ㆍ세습을 막도록 하겠다. 개천에서 용이 나고, 용이 미꾸라지가 되기도 하는 변화무쌍ㆍ역동적인 사회를 ‘대학 교육’을 통해 이루어야 한다. 젊은이들이 어려운 순간마다 문을 두드리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돕는 장학재단이 될 것이다.

 

Q. 새롭게 계획중인 사업이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A. 정부가 국가적 과제로 삼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일자리’다. 요즘 고용지표가 굉장히 나쁜 편인데, 그렇다고 학생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현상을 나무랄 순 없다. 대신 장학재단은 중소기업에도 좋은 일자리가 있다는 것, 그 곳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중소기업 취업 또는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중소기업 취업연계 장학금ㆍ희망사다리Ⅰ유형)을 지원한다. 반대로 이미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일반인이 뒤늦게 대학 진학을 희망할 경우 이에 대한 장학금(고졸 후학습자 장학금ㆍ희망사다리 Ⅱ유형)을 지원키도 한다. 이러한 장학금 제도들을 통해 대학과 중소기업이 상부상조할 수 있는 기류가 형성되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울러 내년에는 복권기금을 장학금으로 돌리는 시범사업도 시행할 예정이다. 사업 대상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중ㆍ고등학생들로 구상 중이다. 정부가 이 시범사업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재단에 위탁한 만큼 좋은 성과물을 만들어내도록 하겠다.

 

Q. 한국장학재단이 경기도 및 경기도 내 시ㆍ군들과도 교류협력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도 청년들을 위한 지원사업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

A. 지난해 2월 고양시에 ‘대학생 연합기숙사’ 제1호를 열었다. 학생들의 주거난을 해소하고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마련한 이 기숙사는 소득 8분위 이하이면서 주소지와 거리가 먼 이들을 대상으로 입주 자격을 부여한다. 현재 이곳에는 60개 대학에서 모인 남ㆍ여학생 1천 명이 관리비 부담 없이 월 15만 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살고 있다. 거주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서 전국 곳곳에 총 5호까지 짓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경기도와의 교류협력 사업 중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지자체 학자금대출 이자지원 사업’을 꼽을 수 있다. 이 사업은 지자체가 장학재단에 교부한 예산을 재원으로 해당 지자체에 주소지를 둔 대학생들의 학자금대출 이자를 지원해주는 사업인데, 경기도가 “이런 좋은 사업에 경기도가 빠질 수 없다”고 해 우리와 같이 하게 됐다.

 

경기도라는 1개 광역지자체와 과천시, 성남시, 수원시, 용인시 등 4개 기초지자체가 연간 약 64억 원의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18만여 명의 대학생이 혜택을 보는 중이다. 전국적으로 총 32만여 명의 수혜자 중 56% 가량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경기도의 우수한 참여율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고학(苦學)을 뚫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또 그게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데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 장학재단은 ‘장학’이라는 보람찬 업무로 학생들이 역경을 딛고 일어나게끔 꾸준히 돕겠다. 사회가 점차 불평등해지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장학 활동으로 희망을 주고 싶다. 젊은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기에 이 꿈을 키우는 한국장학재단이 되겠다.

[프로필]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출생년도

1950년

 

경력

現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現 한국개발연구원(KDI) 50주년위원회 위원

現 학교법인 영광학원 이사장

現 경북대 경상대학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

前 새정치민주연합 국정자문회의 자문위원(2015년)

前 민주통합당 제18대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산하 ‘미래캠프’ 경제민주화위원장(2012년)

前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2003~2005년)

前 대통령 정책실장(2003년) 등

 

학력

경북고등학교

서울대 경제학 박사과정 수료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이연우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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