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은 OK, 보상은 NO”… 여행사 ‘천재지변’엔 기준도, 책임도 없다

명확한 기준 없고 현행법상 폭설 등 증명 의무도 없어
일부 도의적 차원 소액 보상뿐… 결국 소비자만 피해

㈜모두투어의 8박10일 캐나다 패키지 상품을 이용했던 여행팀이 폭설로 17시간 동안 고속도로에 고립, 3만 원가량의 ‘부실 보상금’을 받은(본보 11월26일자 7면) 후 천재지변 기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타 여행사도 ‘천재지변’의 구체적인 기준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국내 복수의 여행사에 따르면 현행법상 천재지변으로 인해 여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에게 별다른 피해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사별 약관 및 규정에 따라 일정 부분 환불이 가능하다고 명시한 곳도 있지만, 대개 보상까지는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천재지변’에 대한 기준 역시 회사마다 제각각이다.

일반적으로 여행사들이 규정하는 천재지변은 ‘기상청이 강풍, 풍랑, 호우, 대설, 폭풍해일, 지진해일, 태풍주의보 또는 경보를 발령한 경우’를 말하지만 눈이 몇 시간 동안 얼마나 내렸는지, 안개가 얼마 동안 지속되는지 등의 기준은 없다. 때문에 환불 여부와 환불 정도를 판단하는 것 역시 여행사에서 자체적으로 판단,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구조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천재지변에 의해 계약이 취소되는 데 대해선 분쟁기준을 명시하고 있지만, 여행 중 천재지변으로 인한 체류 연장 등 경비가 추가 부담되는 부분에 대해선 명시하고 있는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 A 여행사 관계자는 “기상청 예보나 나라별 긴급상황 등을 미리 확인하기는 하지만, 여행사 차원에서 별도로 천재지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긴 어렵다”며 “불가항력적인 기상악화 사태에 보상을 책임지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기상악화에 따른 추가 소요 비용(취소 수수료, 숙박비 등)을 본인이 부담하는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달 모두투어 여행에 참여했던 B씨는 “모두투어 측은 캐나다에 많은 눈이 내려 도로가 통제돼 ‘천재지변’이라고 주장하지만, 여행객들이 당시 캐나다 기상청 및 기사를 통해 확인해보니 극심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며 “폭설인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 모두투어 측에 ‘천재지변’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달라고 했더니 무시당했다. 우리는 곧이곧대로 ‘천재지변이니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믿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모두투어 관계자는 “천재지변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고객에게 별도로 제공할 의무는 없다”면서도 “캐나다에 20년 만에 대린 대폭설에 미리 대처하기가 어려웠고, 분명한 천재지변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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