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기업들 “올 송년회 없습니다”

식사로 대체… 단체예약 예년 比 20~30% 줄어
도내 식당가·주류 업계, 연말 대목 실종 ‘울상’

“송년회요? 경제도 어려운데 올해는 없어요”

도내 한 유망 바이오회사는 매년 치르던 송년회를 올해에는 건너뛰기로 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진 탓에 큰 행사를 치를만한 여유가 없어져서다.

고양시에 있는 K 보안기기 업체도 연말이면 직원들에게 가족과 함께 송년회를 보낼 수 있도록 보너스 휴가를 줬지만, 올해는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 사정이 여의치 않아 직원들에게 제공했던 보너스 휴가를 없애고, 연말에 계속 근무할 예정”이라며 “송년회도 점심 회식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회적 현상으로 뷔페, 대형 식당가 대표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 통상 연말이면 각종 송년회 모임 등으로 매출을 올려야 할 때이지만, 단체모임 예약 횟수가 지난해와 비교하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원시 인계동의 한 뷔페 대표 L씨는 “단체손님과 기업 회식 문의 및 예약 건수가 작년보다 30% 이상 줄었다”며 “1년 중 가장 큰 성수기인 연말인데도 예약률이 이렇게 널널한 때는 올해가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동탄신도시의 한 뷔페의 경우 예전보다 3~5명 수준의 점심메뉴 이용객은 늘었으나, 저녁에 주로 찾는 10명 이상 단체 예약은 작년보다 20%가량 감소했다. 이곳 관계자는 “매년 12월 중순까지 송년회 단체 예약이 꾸준히 들어왔는데 올해는 예약 손님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수원에서 6년째 고깃집을 운영 중인 J씨도 “회식이나 모임 예약이 반 토막이 났다”며 “연말답지 않게 저녁 손님이 없어 영업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일찍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연말 송년회가 사라지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도내 기업들이 송년회를 아예 생략하거나, 간단한 점심이나 문화활동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단체 모임 단골 장소로 꼽히던 뷔페, 대형식당은 연말 모임 예약률이 예년보다 20~30% 줄어들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주류업계도 기업들의 소극적인 연말 분위기에 걱정스러운 눈치다. 성남시의 한 주류도매회사는 연말 술자리 모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 양주와 와인의 매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값이 싼 소주와 맥주, 막걸리 등이 실속파들에게 인기를 얻어 다행”이라며 위안을 삼았다.

권혁준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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