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선 도로와 맞닿은 학교 정문… 성남 효성고 학생들 교통사고 ‘무방비’

좁은 보도… 학생 몰릴 땐 차도로 밀리기도
지난 10월 시내버스 전복 1명 사망·4명 부상
재학생 주최 ‘보행환경 개선’ 토론회 마련

▲ 성남 효성고등학교와 맞닿아 있는 왕복 8차선 도로의 모습. 사진=정민훈기자
▲ 성남 효성고등학교와 맞닿아 있는 왕복 8차선 도로의 모습. 사진=정민훈기자

“얘들아, 도로 밖으로 나가지 말고 횡단보도 안쪽으로 들어와.”

6일 오후 4시30분께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효성고등학교 정문. 한 손에 경광봉을 들고 하교지도를 하던 교사 A씨가 횡단보도에 서 있는 학생들을 향해 연신 목소리를 높였다. 폭 3m도 채 되지 않는 보도에 40여 명의 학생이 순식간에 몰리면서 일부 학생이 도로 밖으로 밀려나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A씨는 다급한 걸음으로 황급히 횡단보도 앞을 가로막아 섰다. 좁은 보도에 빼곡히 모인 학생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선생님, 인도 좀 넓혀주세요”라며 아우성쳤다.

교사 A씨는 “학교 정문이 제한속도 70㎞인 왕복 8차선 도로와 맞닿아 있어 안전 문제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면서도 “좁은 보도 등 열악한 보행환경으로 학생들의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버스정류장에도 한꺼번에 많은 학생이 몰리다 보니 한 줄 서기 캠페인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효성고 학생들은 교통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열악한 보행환경과 더불어 시내버스 노선 확대로 통학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현재 101번, 357번, 57번 등 3대의 시내버스와 7대의 시외버스가 이곳 학교 앞에 정차하지만, 대부분 학생은 배차 간격이 짧고 빠르게 시내로 갈 수 있는 57번 버스를 이용한다.

그런데 지난 10월18일 낮 12시5분께 학교 인근 도로에서 57번 시내버스가 넘어져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버스 공포증’마저 확산하는 상황이다.

성남시청소년행복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효성고 최선웅 학생(18)은 “등ㆍ하교 때마다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는 차량과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면서 “학생들의 안전한 보행로 조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18일 재학생이 주최하는 ‘통학 여건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려 한다”며 “학생 대표, 학부모 대표, 성남시의회 등 관계기관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내년 효성고등학교 앞 교통환경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며 “표지판 등 교통안전시설물 설치 등으로 환경을 개선하려 하지만 운전자들의 시민의식이 동참돼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성남=문민석ㆍ정민훈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