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청 청원경찰 오수용씨, 네 잎 클로버로 미소 나누는 ‘행운천사’

6년 전 갑상선 암 치료후 ‘제2의 삶’
사람들에 희망 주고자 책갈피 선물
“감사함 전하는 것이 가장 행복해요”

“행운의 네 잎 클로버가 사람마다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 조금이나마 희망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6년 전 갑상선암으로 삶의 끝에 선 절망을 희망으로 이겨낸 뒤 주변 사람에게 행운을 전파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가 있다. 고양시청에서 청원경찰로 근무하는 오수용씨(50)가 바로 그 행운을 나눠주는 행운천사다.

오씨는 지난 2012년 림프전까지 전이된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암을 이겨냈다. 당시 건강을 되찾기 위해 공기 좋은 산을 찾아다니며 자연과 친구가 된 인연이 새로운 삶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고양시 덕이도서관에서 청원경찰로 근무할 때다. 어느 날 도서관 근처 공원에 자란 풀을 바라보다 ‘토끼풀’로 불리는 클로버를 보게 됐다. 암 치료를 위해 산을 다니면서 여러 식물을 눈에 익혔던 탓인지 그 많은 클로버 중 유독 찾기 어렵다는 네 잎 클로버가 한눈에 들어왔다.

도서관은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꿈을 준비하는 장소다. 꿈을 꾸는 사람들은 그 마음이 간절하고 절실할 수밖에 없다. 오씨는 그런 사람들에게 행운을 준다는 네 잎 클로버가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도서관을 찾는 이들에게 네 잎 클로버로 만든 책갈피를 하나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암으로 인해 절망을 겪었기 때문에 무엇인가 간절히 바라는 절실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다. 정성스럽게 말려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비닐 코팅을 하고 예쁜 리본까지 묶여 있는 네 잎 클로버 책갈피는 받는 이들 모두를 미소 짓게 했다. 책갈피를 받은 이들이 시험에 합격했다며 감사 인사를 건넬 때마다 느끼는 보람이 그에게는 행복이다.

오씨는 지하철에서 책을 보는 이들을 비롯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만나는 버스기사, 택시기사 등 생활 속 이웃에게도 매일 주머니에서 네 잎 클로버 책갈피를 꺼내 전달했다. 그렇게 오씨가 사람들에게 나눠 준 네 잎 클로버는 최근 5년여 동안 5천여 개가 넘는다. 지난 수능시험을 앞두고서는 수험생 자녀를 둔 고양시청 모든 직원에게도 선물하며 행운을 전파했다.

네 잎 클로버를 전달하는 행운천사인 그의 또 다른 취미는 산정상에 올라 시를 짓는 일이다. 정식으로 등단한 시인은 아니지만 산 정상에 오를 때마다 느꼈던 감정을 매번 시로 표현했다. 하나 둘 짓기 시작한 시는 어느덧 700편이 넘었다. 아마추어지만 감정표현 능력이 상당한 수준이다.

오씨는 “암으로 인해 한 번의 큰 절망을 겪은 뒤 다시 찾은 삶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며 “욕심도 버리게 되고 지금 사는 삶에 너무도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네 잎 클로버 책갈피가 작은 사랑이지만, 나누고 감사함을 전하는 것이 지금 가장 좋아하는 일이 됐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고양=유제원ㆍ송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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