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역사·문화를 기록하다] 6. 연천 유엔군화장장시설

이역만리 전쟁터서 스러진 영령들, 백골이 진토되어…냉전의 아픔 씻고 ‘평화와 번영’ 그린다

(사진 왼쪽부터) 임진각 지역 전투 당시 영국군 참전 용사. 유엔군화장장시설 전경. 유엔군화장장시설굴뚝. 화장구덩이 모습.
(사진 왼쪽부터) 임진각 지역 전투 당시 영국군 참전 용사. 유엔군화장장시설 전경. 유엔군화장장시설굴뚝. 화장구덩이 모습.

연천 유엔군화장장시설은 경기 북부의 접경에서 벌어진 6ㆍ25전쟁의 기록이자 세계사의 큰 굴곡이었던 냉전의 산물이다. 남한과 북한, 중공군, 미군, 유엔군 등 수많은 나라가 이념과 국익을 걸었던 유무형의 흔적이 남아있다. 여러가지 이유들로 연구에 난항을 겪어오던 찰나 경기문화재단과 연천군이 진행한 ‘연천 유엔군화장장시설 기록화 조사 및 활용 연구’는 상당한 가치가 있었다. 유엔군화장장시설 자체의 물리적인 기록뿐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을 담았고, 향후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깊이있게 제시했다.

■ 기록의 의미

경기 북부의 접경 지역은 냉전 시기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남한과 북한, 중공군, 미군, 유엔군 등 다국적 군인들이 수년간 접전을 치렀던 만큼, 6ㆍ25전쟁의 역사적 시설물과 기억들이 곳곳에 산적해 있다. 연천군처럼 전쟁 이전 북한에 속해 있었던 수복 지역의 경우 더욱더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설물과 기억들에 대한 연구는 더뎌왔다. 현재까지도 한국, 미국, 유엔이 관여하는 군사적 요충지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물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문화재단과 연천군이 지난해 진행한 ‘연천 유엔군화장장시설 기록화 조사 및 활용 연구’는 여러가지에서 그 의미가 깊다.

유엔군화장장시설은 6ㆍ25전쟁 당시 전사한 유엔군을 화장하기 위해 건립된 건조물이다. 현재 등록문화재 408호(2008년 10월 1일 등록)로 등록돼 보존·관리되고 있다. 돌과 시멘트로 쌓은 십여 미터 높이의 굴뚝과 화장 구덩이를 중심으로 건물 2동이 연접해 구성돼 있다. 인근 지역에서 치열하게 전개된 고지전으로 유엔군 희생자가 많이 발생하자 이들을 위한 화장장 시설을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 전쟁 중에 만들어진 화장장 시설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기 때문에 당시 상황에 대한 실증적 자료로써 그 보존 가치가 매우 크다.

경기문화재단과 연천군의 연구는 유엔군화장장시설이 가지고 있던 세계사적인 의미를 발굴해내고, 6ㆍ25전쟁 전반의 역사적 사실과 향후 발전 방향까지 함께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 연천 유엔군화장장시설

연천군은 경기도에서 가장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지역으로, 북한과 휴전선을 경계로 맞닿아 있다. 동쪽으로는 포천시, 서쪽은 파주시 장단면, 남쪽은 파주시와 동두천시, 북쪽은 강원도 철원군과 황해도 금천군에 접해 있다.

유엔군화장장시설은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에 소재한다. 동이리는 본래 마전군 군내면의 지역이었으나,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기존의 중부리ㆍ동부리ㆍ이동리를 병합해 동부리의 ‘東’자와 이동리의 ‘梨’자를 따서 ‘동이리’라 하고 연천군 미산면에 편입됐다.

유엔군화장장시설은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610번지에 위치해 있는데, 지대가 높은 산골짜기에 터를 잡고 있다. 화장장시설로의 진입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동로에서 직각 방향으로 개설된 진입로를 따라 약 150m를 들어가면 다다를 수 있었지만, 현재는 진입로 초입부가 사유지인 관계로 원래의 진입로에서 남동쪽으로 40m 가량 떨어진 곳으로 옮겨 개설된 상태다. 진입로와 마동로 좌우로는 모두 경작지로 사용되고 있다.

화장장시설은 하부 벽체와 굴뚝을 제외한 상부 벽체와 지붕, 실내 시설 등 나머지 부분은 남아 있지 않다. 굴뚝이 있는 가로 방향 건물과 굴뚝이 없는 세로 방향 건물이 ‘ㄱ’자 형태로 맞붙어 있다. 건물이 들어선 대지의 지형은 대체로 평탄하나 서쪽 끝단과 동쪽 끝단이 약 1.0m 가량 차이가 난다. 굴뚝이 있는 건물은 벽체 중심을 기준으로 폭 11m, 길이 18m이고 실내 면적은 198㎡(60평)다. 남쪽과 서쪽, 북쪽에 하부 벽체가 남아 있으며, 굴뚝이 건물의 배면 중앙에서 서쪽으로 2.5m 치우친 위치에 있다.

■ 향후 발전 방향

이번 연구에서 전문가들은 유엔군화장장시설과 주변의 문화자원을 연계해 테마공원이나 관광벨트로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이미 연천에는 안보와 관련된 문화자원이 상당하다. 열쇠전망대와 태풍전망대, 적의 활동을 관측하기 위한 최전방관측소인 승전OP, 1968년 김신조 외 30명이 남방 한계선을 넘어 침투했던 1ㆍ21침투로, 전쟁 이전에 서울과 원산을 오갔던 신탄리역 등과 연계한 탐방 프로그램 등을 개발한다면 각각에 내포된 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우리나라 구석기 유적을 대표하는 전곡리 선사 유적지, 고구려가 지은 성곽인 당포성, 고려시대의 왕들과 공신드르이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냈던 숭의전지, 임진강 변에 위치한 주상절리 등과의 연계 또한 새로운 문화자원으로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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