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심복’ 심환지 조명, 경기도 사대부 문화 만나다…道박물관 ‘푸른 산속 의리주인 심환지’ 展

조선시대 노론 벽파 영수·문학가 2004년 후손이 기증한 유물 공개
300여통 어찰로 ‘막후정치’ 입증 ‘정조 피살설’ 뒤집는 주요 근거로

조선시대 정조 시기의 인물인 만포 심환지(1730~1802)의 정치와 학문세계를 조명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경기도박물관이 준비한 특별전 <푸른 산속 의리주인, 심환지>가 바로 그것.

조선시대는 학파가 정파가 되고 붕당을 이뤄 정책을 논쟁하는 사회였다. 이중에서 노론 벽파는 반 사도세자의 세력이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야당에 속했다. 그들은 빈한한 삶 속에서도 왕에게 자신의 의견을 올곧게 피력하는 성향을 가진 이들이었다. 정조도 이들의 정신을 높이 사 벽파와 시파를 모두 아우르는 자신만의 탕평 정책을 추진했다.

심환지는 노론 벽파의 영수였으며, 문학에도 조예가 깊은 사대부였다. 정조는 생전에 심환지에 대해 “벼슬길이 통하고 막히는 가운데 10년 동안 불우하게 지냈어도 굳게 참으며 궁색한 생활을 견뎌냈고, 요직에 올랐을 때도 포의 때의 옛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고 칭송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도박물관이 오랜시간 연구한 심환지에 대해 깊이있게 볼 수 있다. 앞서 2004년 청송심씨 안효공파 온양공손 응교공파의 후손인 심천보씨가 <심환지 초상화> 등 500여점을 기증했고, 이후 도박물관은 심환지라를 인물에 대해 연구, 전시를 통해 그 결과물을 공개한 것이다.

▲ 정조 어찰
▲ 정조 어찰

전시는 크게 5개의 주제로 구성했다. 1부 ‘생애와 정치역정’에서는 심환지가 문과에 급제한 42세부터 형조판서, 병조판서, 이조판서 등 주요 요직을 거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2부 ‘노론청류 심환지, 교유와 문학’에서는 문인으로서 이서구, 김종수, 윤시동, 조진관 등과의 간찰을 통해 교유한 흔적들을 보여준다.

3부 ‘정조의 심복, 어찰을 받다’는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1796년부터 1800년까지 정조가 심환지에게 보낸 300여통의 비밀편지를 볼 수 있는데, <정조실록> <승정원일기>와 일치하는 내용이 많아 막후에서 정치를 조정한 이들의 긴밀한 관계를 알 수 있다. 또 1800년 6월15일 정조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임금의 병증이 위중함을 알리는 편지도 확인됐는데, 그간 정조 피살설을 뒤집을 수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4부 ‘서화수장가로서 심환지’에서는 심환지가 수장했던 서화들을 한자리에 모았고, 5부 ‘사대부 심환지의 유산’에서는 1802년(순조2) 10월18일 풍위를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심환지의 삶을 담았다.

도박물관 관계자는 “심환지는 노론계 인물로서 신임의리(辛壬義理)를 고수했고, 죽을 때까지 검소한 생활을 한 인물”이라면서 “경기도의 사대부 문화에 대해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이해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27일까지 계속된다.

 

심환지 시호 교지
심환지 시호 교지

송시연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